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

by kaonic 2007. 4. 8.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87년, 88올림픽의 준비로 대한민국이 술렁이던 시기. 일본에서는 <패트레이버>에 대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가고 있었다. 가벼운 농담처럼 장난삼아 기획하기 시작한 <패트레이버>의 최초 원안은 만화가 유우키 마사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지구와 로봇 경찰이야기라는 어떻게 보면, 당시 유행하던 지구를 지키는 로봇이 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스탭이 하나 둘 참여하면서 현재와 같은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근래에도 보기 드문 리얼 로봇물로써 기획될 수 있었다. 이렇게 모인 주 스탭은 유우키 마사미, 다카다 아케미, 이토 가즈노리, 이즈부치 유타카, 오시이 마모루 등의 5인으로 <패트레이버>를 제작하기 위해 [헤드기어]라는 창작 집단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이후 제작이 구체화되면서 가와이 켄지가 음악을 맡았으며,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사마, 작화감독 기세 카츠치카, 그리고 니시쿠보 도시히토를 연출로 참여시켜 본격적인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제작팀이 꾸려지게 된다. 이 팀은 이후 극장판 2편까지 [헤드기어]로써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어 TV판으로 제작하기 위한 기획서를 제출했으나 당시로써는 생소한 설정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소재로 인식되어 제작사에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제작비를 최소화 하기위해 OVA(Original Video Animation)로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1988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가 제작되어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극 장용 <패트레이버>와 <공각기동대>로 익히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는 아마노 요시타카와 콤비를 이루어 만들어낸 난해한 걸작 <천사의 알>(1985)을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연출을 중단하고 실사영화에 전념했었다. 애니메이션 <인랑>(1999)의 전 시리즈인 <붉은 안경>(1987)과 <케르베로스-지옥의 파수꾼>(1988)등의 실사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결국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의 참여는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복귀작이 되는 셈이다. 이후 극장용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가 성공한 후에도 실사영화 <아발론>을 제작하는 등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라 실사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OVA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특히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한 2부작 에피소드 “2과의 가장 긴 하루”는 그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정세해석으로 긴박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묘사해 <기동전사 건담> 이후로 리얼 로봇물에 목말라하던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 커다란 호응을 얻게 된다. 이러한 성공은 이후 극장용 <패트레이버>가 제작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며, “2과의 가장 긴 하루”는 극장용의 스토리에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래서 OVA와 극장용은 유사한 점이 꽤 많다. 하지만 극장용 이후 제작된 TV 시리즈와 신 OVA는 상당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같은 창작 집단인 [헤드기어]라고는 하지만, 각자의 성향이 다르고 오시이 마모루의 영향이 항상 강하게 작용되지는 못했던지, 직접 연출한 극장판과 OVA를 제외한 TV시리즈와 신OVA에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이다. 덕분에 같은 세계에서 같은 등장인물로 구성된 다른 분위기의 시리즈는 오히려 패트레이버의 세계를 보다 폭넓게 만들어 주고 있다. 최초의 OVA 시리즈에서도 연출자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미 출시된 신 OVA시리즈와 극장용의 경계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은 등장인물의 성격도 비교할만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는 패트레이버 시리즈 중 가장 처음 제작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늦게 DVD로 출시된 셈이다. 이미 극장용 세편이 모두 출시되었으며, 신OVA가 출시된 상황에서 패트레이버 시리즈 최초의 작품이 출시된다는 것은 국내 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4:3 풀스크린의 화질은 세월을 감안해도 비교적 좋은 느낌으로 특별히 모난 부분 없이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화면과 색감을 보여준다. 돌비디지탈 2.0으로 제공되는 사운드는 예전 LD로 듣던 힘 있는 소리를 표현해내지는 못하고 조금 가벼운 기분이지만,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사운드 구성이 탁월한 작품은 아니었기에 기대에 못 미친다는 표현은 불가능 할 듯.

구성은 총 4장의 디스크로 되어 있는데, 2장은 한국어 더빙이 수록되어 있고, 2장은 일본어 음성과 함께 자막이 수록되어 디스크를 분리해 놓았다. 특별히 리니어PCM이나 DTS등의 고음질 사운드 트랙이 포함된 것도 아니며, 재생시간이 긴 것도 아니다. 4화를 합해도 일반 영화 한 편 정도의 분량이다. 또한, 화질이나 음질이 월등히 뛰어난 것도 아닌데 한국어와 일본어 디스크를 각각 나누어 놓은 이유를 알 수 없다. 10년이 넘게 지난 애니메이션이기에 제작과정 등의 푸짐한 부가영상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본편만 수록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