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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미지 묘사에 대한 또 다른 시각

by kaonic 2007. 3. 27.
>"유키는 푸른 랄프로렌 셔츠에 크림색 치노와 하얀 테니스화를 신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도인데,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경시되고 날로 빠르게,
>피상적인 것들이 중요시되고 소비가 미덕인 '고도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잇는데, 하루키는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이미지묘사에 소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함으로써 '우리시대의 작가'라는 말을 듣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의 내용을 읽자마자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본 것이라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본의 TV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 였던 것 같습니다. 작가와 세무사 그리고 그의 아내. 작품속의 인물 2명. 아주 단촐한 등장인물로 구성되어 있는 짧은 이야기 였습니다. 제목이... 작가.. 살인.. 뭐. 그런 게 들어간 듯 합니다만, 역시나 모자란 기억력으로 인해 가물가물...

하여튼, 그 내용을 보자면, 작가는 추리소설로 성공한 작가인데, 상당한 인세수입과 비례해서 상당한 세금을 청구당합니다. 오랜 가난 끝에 성공한지라, 끝없이 들어오는 것만 같은 인세를 넋놓고 써대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인세로 들어온 수입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 연말 세금 신고가 다가와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자 엄청난 세금에 기절할 듯 놀라. 담당 세무사를 부릅니다. 요즘 국세청에는 소설가 담당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어보고 경비처리를 결정한다는 답변과 함께 소설과는 무관한 경비들을 모두 제하고나니, 경비로 처리할 것이 별로 없어서 세금을 깍지 못하겠다고 단호히 말하는 세무사. 이때 마치 전등이 켜지듯 떠오른 하나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여행이며, 사치를 부린 것들을 소설속에 등장시켜, 소설을 쓰기위해 이러한 것들이 필요했다는 설득력을 갖추자는 것이였습니다. 작가가 쓰던 소설은 연재소설로써 이미 이번회의 마감은 바로 내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써온 것들을 무시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때문에 망설이다 결국은 엄청난 세금 고지서에 무너져 내리고 다시 소설을 구성하기 시작합니다. 소설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추리소설인데다가 배경은 한 겨울의 훗카이도로 친구가 남긴 단서를 찾아 떠나간다는 식의 내용이였는데... 영수증 처리를 하기 위해. 작가가 여행다녀온 하와이로 느닷없이 배경이 바뀝니다. 작가가 얼마전에 구입한 고급 양복, 골프세트... 겨울 코트.... 모두 등장시키기 위해, 소설속의 주인공은 훗카이도, 하와이를 종횡무진. 심지어는 저녁식사거리로 사온 스키야키 까지 등장. 고급 양복과 코트는 소설속에서 불 쏘시게로 쓰여지고... 이런식으로 모든 영수증의 내용들을 소설속에 등장시켜 결국엔 수십만엔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몰고 갑니다. 물론 영수증의 경비 처리가 잘 되었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세무사는 모든 서류 처리를 끝내고, 작가는 영수증 처리로 인해 기괴한 소설이 되어버린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고...

몇일 후, 세무사의 전화 한통화, "아. 저의 실수로 경비처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세무사는 연락두절... 그리고 출판사의 전화 "대체 이번 소설은 어떻게 된겁니까? 독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요." 그리고 끈임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팩스.... 연재중단통고까지... 다른 어느 출판사에서도 받아들여주지 않자. 결국 이 소설가 부부는 자살을 하고 마는.. 이야기...



"유키는 푸른 랄프로렌 셔츠에 크림색 치노와 하얀 테니스화를 신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문장을 통해.
하루키의 사모님은 푸른 랄프로렌 셔츠와 크림색 치노와 하얀 테니스화를 장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예로 댄스댄스댄스의 하와이의 등장은 하루키와 사모님의 오붓한 하와이 여행경비를 절감해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일지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마도 이미지 묘사를 통한 경비처리에 능숙한 절세(節稅)의 작가가 아닐런지요.

라는 황당한 말을 하고자 이렇게 연관도 없는 이야기를 열심히 해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