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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조급한 낙서

by kaonic 2007. 5. 27.

뭔가 조급한 마음에 끄적이게 되는건 어딘지 모르게 어눌한 낙서가 되어버리곤 한다. 가만히 있고 싶은데 어디선가 빨리 쓰라고 닥달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할 때 그러한 어눌한 낙서를 하게된다. 할말도 없고, 쓸말이라고는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려해도 한 마디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닥달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할 때엔 어찌되었든 메모장이라도 열어 뭔가 끄적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것은 여지없이 갈곳잃은 어린 양과 같아서 의미없이 메에. 하며 울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리곤 저장도 하지 않은 채 닫혀지고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곤 한다. 이러한 쓸데 없어 보이는 행위에 나는 조급한 낙서라고 이름지었다.


이런 것 처럼......

그럴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 그렇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아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버리면, 당분간은 편안한 기분이 들지만 조금 지나면 무언가 하고 싶어 오금이 저려오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하려 들면, 다시 아무 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면,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휘감아 마치 8차선 도로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내게 있어서 그런 경우의 해결방법은 망상소거책 이라는 거창한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준 아무 것도 생각 안하기 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망상들을 하나하나 없애 나가는 거다. 상상 속에서 지우개로 지우거나, 칼로 자르거나, 던져 버리거나 까맣게 칠해버리거나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조건없이 정리 해 나가다보면 어느새 머리속이 텅 비어짐을 느낀다. 물론 100%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아마도 5%정도의 성공율이랄까? 아무리 자르거나 지우거나 칠해버려도 지독하게도 살아남아 머릿속을 휘젓는 망상 혹은 생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성공해서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들어있지 않을 때, 정말 행복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생각안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감각조차 없다. 문득 다시 생각의 흐름이 느껴지게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별반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넋을 놓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려 보면... 그 기분은 너무나 좋은 것이다.

문제가 생긴건 최근들어 그러한 망상소거책의 성공확률이 더더욱 낮아져서 근래에 들어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그냥 두통약 먹고 잠을 청한다. 운좋으면 금새 잠이 들고, 운나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잠이 오지 않는다.


혹은 이런 것......

멸망한 대지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그곳에 혼자 멍하니 서있는 거야.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게 지평선을 바라보며 말이지.

그러다 보면 웬지 모를 눈물이 흘러.

그래서 눈을 잠시 감았다가 눈을 뜨면, 내방 천정이 보여.

크게 한번 숨쉬고, 벌떡 일어나면 흘러내린 눈물이 얼굴을 간지르지.

그곳엔 역시 아무도 없었을까?

참... 이상한 꿈이다. 그곳이 멸망한 대지라는건 왜그런거지? 알 수 없군.

또 눈물흘리는 나는 뭐야. 한심하군.


이런 것......

몇일 전부터 사람들이 이런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왜이렇게 많이 오지?"

그럼 전 언제부턴가 이런 대답을 시작했답니다. 그것도 언제나 반복되어서 말입니다.
"북반구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고기압과 남반구에서 올라오는 열대성 저기압이 만나서 기압골이라는 길이 생겼는데 원래 이 길에는 구름이 많이 생성되어서 비가 잘 오기는 하지만, 이렇게 까지는 오지 않아. 때마침 옆에 중국을 지나가는 제 12호 태풍 간무리라는 녀석이 대량의 수증기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녀석이 옆을 지나는 바람에 기압골로 그 엄청난 수증기들이 유입이 되서 이렇게도 많은 비가 계속 오게 되는거야."

그리곤 언제부턴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런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겨워 그만해!"

병입니다. 병.


혹은......

몇일간 흐린 날 속에서 지내다가 모처럼 태양이 빛나는 아침을 맞은 것 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집을 나서기 시작 한 순간 뜨거운 빛과 훈훈한 바람 속에서 더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렴 어떨까. 곧 여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