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

인사동에서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를 보다.

by kaonic 2007. 6. 4.
마침 카메라가 없었기에 사진은 전혀 없다. 게다가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사진기가 있어도 찍지 않았을 테니, 사진 보러 왔다면, 다른 곳으로 잽싸게 이동해도 무방하다.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제 인사동에서 여친님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던 중, 수 많은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행진하듯 걸어오는 광경을 목격.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인사동 거리에서 집회라도 하나? 궁금한 건 못참으니 결국 다가가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람들의 손에는 온갖 카메라와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누군가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는 웬 대머리 외국인 아저씨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사진을 찍기위해 애쓰고 있던 것이다. 엄청난 인파 덕분에 가던 길을 제대로 못가고 사람들이 그를 따라 되돌아 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대머리 외국인. 기억을 되살려보니 전날 밤, 뉴스에서 본 얼굴이다. "프랑스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였던 것이다. 뉴스를 안 봤으면 못 알아볼 뻔 했다. 엄청난 인파에 당황한 표정의 앙리는 결국 인사동 길을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하고, 뒤돌아 길을 빠져나갔다. 파리떼 처럼 따라다니던 사람들은 대부분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었으니, 검색해보면, 인사동에 방문한 앙리의 사진 쯤은 식은 죽 먹기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바야흐로 전국민 파파라치 시대다.

어쨌든, 하고픈 말은 사람들이 너무 몰려다닌다는 거다. 유명한 사람이 지나간다 싶으면, 앞뒤 안 가리고 달라 붙는다. 그렇게 따지면, "나 좀 바라봐 주세요."하는 것 처럼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인사동을 활보하려 시도한 앙리도 조금 문제가 있긴 하다. 모자 좀 쓰고, 옷 좀 평범하게 입고 혼자 돌아다녔으면, 편안하게 인사동 구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프랑스 축구선수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엄청난 스타 대접을 받기 시작한 걸까? 2002 월드컵 이후로 상승한 축구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 때문이라고 대답하면, 한 대 때려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