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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블로그의 총체적 흐름과 그에 대한 아쉬움

by kaonic 2007. 6. 27.
네트워크에서 흐르는 삶이 블로고스피어 위주로 흘러가기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기존 홈페이지는 방치되기 시작했으며, 블로그의 이사를 두 번 정도 행했으며, 용돈벌이가 된다는 소리에 혹해서 에드센스와 에드클릭스를 달아 둔지 삼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수익은 아직 내손에 들어온 것이 없으며, 에드센스 부정클릭이 일어날까봐 살짝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부정클릭을 방지할 만한 지식이 없음으로 그저 걱정만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사실 몇 푼 되지 않는 수익에 목메달 이유는 없지만, 인간의 마음은 욕심으로 시작해서 욕심으로 끝난다지 않나. 결국 작은 욕심으로 비롯된 걱정일 뿐이다. 초월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떨쳐버리지 못할 욕심이다. 그래서 걱정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운좋게 방문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날 때, 내 글과 사진을 많은 이들이 봐주는 것은 무척 기쁘지만, 부정클릭이 일어날까봐 걱정스러운 아이러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블로고스피어를 떠나거나,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영원한 딜레마가 되버릴 것 같다.

블로고스피어의 성장 흐름을 타고 새로운 메타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는 상승세를 타다가 좌초되기도 했고, 일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일부는 그림자 속에 잠겨갔다. 블로거들은 지속적인 포스팅으로 인해 글쓰는 솜씨가 향상되어갔고, 블로거 만의 시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UCC(User Created Content)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미디어로써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으며, 과도기적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일상사나 관심사, 전문적인 칼럼 혹은 에세이를 쓰던 사람들이 이슈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지금의 나도 벗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미디어로써의 명칭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블로거들에게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작지만 까칠한 기존 미디어와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충돌적 성향도 금새 누그러지고, 기존 미디어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정보의 재 생산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슈화된 기사가 등장하면, 이에 따라 우루루 몰려서 관련 포스팅이 메타 사이트에 등록되기 시작한다. 결국 강력한 이슈는 강력한 파급력으로 메타 사이트들을 잠식해 나가는 것이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포스팅을 해내던 사람들은 일말의 자괴감을 맛보아야 했다.

그런 와중에 에드센스와 에드클릭스의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수 많은 블로거들이 광고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관련 글들이 포스팅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대박을 친 블로거들이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수익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적게는 수백달러에서 많게는 수천에서 수만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는 소식에 블로거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메타 사이트에서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태그는 에드센스가 되어버렸다. 이에 따라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수익성에 정신이 팔린 가짜 블로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블로거가 포스팅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담고 메타 사이트에 등록시키기 시작하더니, 한 사람이 5개가 넘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의미없는 포스팅과 무단으로 복사해온 포스팅으로 낚시질을 하는 극단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가짜 블로거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포탈의 검색결과에서 블로그의 정보가 비교적 상단에 위치한다는 점을 이용해 온갖 이슈와 관련된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을 통해 성인 사이트나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아무 이유없는 낚시 블로그가 태어났다.

블로고스피어가 발전하고,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서 정보의 세분화와 고급화 보다는 복제된 정보를 비롯한 의미없는 정보의 쓰레기들이 난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로고스피어에서 블로그 간의 연결과 블로그를 광범위하게 퍼트리는 메타 사이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진 것이다. 정보가 늘어나면서 자동화된 메타 사이트는 한계에 봉착해 버렸다. 자극적 소재와 휩쓸리는 무의미한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자유로운 블로고스피어에서 편집과정 즉, 일종의 검열작업이 필요해 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집과 검열은 결국 자율적인 블로고스피어의 모습을 강제하게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편집자의 독단적인 의도에 따른 메타 사이트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으며, 현재 일부 메타 사이트들은 그러한 경향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떠한 것이 옳을지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어느 정도의 자율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통제당하는 것은 싫지만, 내버려 두면 방종으로 흘러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실 이런 글을 쓰려던 것이 아니였다. 좋은 글이 포스팅되는 블로그에 찾아갔을 때 글꼴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읽기 힘들다는 내용을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엉뚱한 흐름이 되어버렸다. 원래 생각한 제목은 "일부 블로그의 작은 글꼴에 대한 아쉬움"이였다. 쓰다가 생각해보니 "콘트롤키를 누르고 휠을 휙휙 돌리면 레이아웃이 조금 망가지지만 어쨌든 글꼴의 크기를 조절해서 볼 수 있는데 뭐하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노선이 변경된 것이다. 그래서 깊은 사색에 따른 결론이 없다. 뭐 이런 메로롱하고 아레렝한 경우가 다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