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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식탐/여행을 가다

간만에 홀로 찾은 북한산, 1편 - 오르다.

by kaonic 2007. 8. 14.
그간 너무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비리비리해지는 기분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타고내려오는 듯 하여, 간만에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산에 오른 것이 작년 10월이였으니, 등산을 하지 않은지 10개월이 지나갔다. 8월 11일 토요일 아침, 오랫만의 산행인지라 단단히 마음먹고 간단한 간식과 카메라, 물통 등을 배낭에 챙겼다. 문득 13년 전에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던 일이 떠올랐다. 3박4일의 노고단으로 올라가 뱀사골을 거처 천왕봉을 지나 하산하는 코스로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 가능한 짐을 가볍게 하고, 먹을 것을 합리적으로 챙기기위해 고심하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적당히 챙겨들고 등산화 끈을 질끈 동여메고 집을 나서니 시간은 8시 30분이 되어간다. 버스정류장으로 다가가 마을버스에 오르는 묘하게 등산객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날씨가 어수선한데다, 얼마전 산꼭대기에서 번개에 맞아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문득, "번개 맞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경험상 분명 오후에는 구름이 반쯤은 걷히리라는 바탕없는 믿음으로 무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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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어느새 아카데미하우스 앞에 멈췄다. 배낭을 여미고, 버스에 내려서니 바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왼쪽은 바로 대동문으로 향하는 험한 길이고, 오른쪽은 진달래능선으로 향하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다. 나는 왼쪽으로 들어섰다. 예전에는 매표소였던 관리사무소를 지났다. 웬지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입장료를 치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지나간 흔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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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 접어들어 잠시 직진하면, 구천교를 건너게 된다. 잠시 걷다보면 슬슬 경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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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평범한 산길을 지나 길이 서서히 힘들어진다. 오랫만의 산행으로 심장이 터질듯이 뜀박질해대고, 온 몸이 두근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맙소사. 얼마나 운동을 안 했으면 이 정도로 헐떡거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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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경사가 심해지고, 바윗길를 오르내리게 된다. 등산객을 위한 철봉과 철선이 잡고 오르기 쉽게 설치되어 있다. 여기까지 오르는 도중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산속을 헤메는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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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비가 많이 와서 평소에는 약하게 흐르던 물길에 생명을 불어넣었나보다. 시원하게 흐른다. 물론 산 중턱에도 이르지 못했기에 공기는 습하고 텁텁했으며 날벌래들이 활개를 치긴 했지만 보기엔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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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길이 끝나가고, 이제 기나긴 상승로에 접어들었다. 오른편에는 북한산성 성벽이 지나가고, 멀리 동장대가 보인다. 동장대를 지나면 곧 대동문이 나타나리란 생각에 힘을 내게 된다. 아직까지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동장대에 도달해서야 동장대 뒷편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잠시 쉬고 있던 등산객을 몇몇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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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을 지난지 얼마 안 된 즈음, 돌쪼개는 소리가 울려퍼지는가 싶더니 북한산성의 성벽 보수공사기 한창이다.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돌쪼개는 소리가 뒤섞이고,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가세해 작업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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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타난 옹달샘 약수터가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물통의 미지근해진 물을 버리고, 시원한 약수를 담았다. 한 국자 머리 위에 부어주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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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길로 산행하면서 삼신산 불로초라는 문구가 세겨진 바위 덩어리를 지나게 된다. 내려올 때는 절대로 이 곳이 그곳이라고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내게는 매우 묘한 바위다. 이 바위를 보면, 항상 불로초란 이름으로 진시황제가 떠오르고, 삼신산이라는 이름으로 전설의 고향이 떠오른다. 내 머리도 참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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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 멀리 봉우리가 보이고, 잠시 쉬며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고른 코스가 인기 없는 코스였나 싶을 정도로 위로 올라가면서 다른 등산로와 맞닿으면서 등산객의 수가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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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오르기 험한지라 계단을 설치했다. 옛 생각을 해보면, 줄을 잡고 올라갔던 것 같은데 오히려 그때가 덜 힘들었던 것 같다. 계단이 높고, 단수가 많아 내 멋대로 지옥계단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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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문에 당도했다. 위문사이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매우 시원하기에 등산객 대부분이 쉬어가는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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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적지인 백운대에 오르기 위한 최종 관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는 코스가 시작된 것이다. 하늘은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과 햇살,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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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섣불리 오르면 굴러떨어지기 쉽상이다. 아무리 등산화가 좋고 미끄러져 굴러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도, 반드시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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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의 사람들 처럼 손잡이를 잘 잡고 올라야 한다. 오른편의 내려오던 사람중 한 명이 미끄러져서 다칠뻔 했었다. 죽으러 산에 오르지 않는 이상 안전하게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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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급경사를 오로지 바위에 박힌 말뚝에 메어둔 쇠줄에 의지해 올라야 한다. 힘들어 보이지만 막상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대동문에 이르는 숲에 가려져 지루하게 올라가기만하는 지옥코스에 비하면 덜 힘들다. 하늘이 다시 흐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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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니 바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방향에 따라 매우 다른 하늘을 보여주니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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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뻣은 저 앞을 바라보니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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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개를 돌려 서울 시내를 조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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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어오르기 시작하니, 어느새 다른 등산객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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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태극기가 휘날리는 북한산 정상 백운대가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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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니 암벽등반가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인수봉이 잘났다는 듯 우뚝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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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점점 보기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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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다가가니 점점 등산객이 늘어만 가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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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지가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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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다시 백운대 정상에 올라섰다. 예전엔 관심도 없던 태극기가 오늘따라 멋진 하늘과 함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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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거센 바람에 넘어져 굴러떨어질 걱정을 무릅쓰고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다. 실제로 한번 바람에 휘말려 휘청했었으나 다행히 고마운 아저씨께서 잡아주셨다. 가로가 3289픽셀이나 되니 클릭해서 크게 감상하시길, 도시에 깔린 스모그 덕분에 시내가 한 눈에 또렷히 보이진 않지만, 어느정도는 보인다. 360도 한바퀴를 전부 파노라마로 담지 못한 것이 한 이다.

정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이를 먹었다. 역시 정상에서 먹는 오이의 맛은 최고다. 달콤하게 온 몸을 적셔주는 기분이랄까. 역시 이맛이다. 정상의 시원한 바람. 푸른 하늘. 팽팽하게 긴장된 온몸의 근육.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이의 달콤함까지. 이것이 바로 내가 등산하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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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위의 사진들은 전부 펜탁스 Pentax *ist Ds에 피닉스 Phenix 24mm f2.8을 이용해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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