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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by kaonic 2007.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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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주물럭과 공기밥을 시켰다. H씨가 소주를 한 병 시켰다. 그다지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되었기에 별 부담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주물럭과 함께 밥을 먹었다. 한 병이 금새 비워지고, 두 병째가 되어버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에 두 병째도 나누어 먹었다. 그러나 오산이였다. 할 일은 넘쳐나는데 정신은 왜곡되어가고 있다. 흐릿해지는 시선으로 일을 하기란 참으로 난감하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난데 없는 재치기에 죽을 맛이고, 한쪽 코가 막혀서 찐득하다. 맑은 콧물까지 흘러내린다.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서서히 의욕이 사라져감을 느끼면서, 후회가 밀려온다. 어께를 한번 으쓱하고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라고 자신에게 이야기 해 보았지만, 때늦은 지난 후회까지 밀려온다. 너무 성급하게 소진되어 너무 성급하게 상실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역시나 소용없다. 지나버린 일이다. 따뜻한 품을 그리워해도 소용없다. 지금은 그저 술 기운때문이라 짐작해 본다. 흐릿한 눈으로 겨우겨우 일을 마무리 짓고 집에 들어가 눈을 감고, 다음 날 아침. 라디오 소리와 함께 눈을 뜨면 다 잊어버릴 소용없음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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