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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악몽 그 자체 - 바시르와 왈츠를

by kaonic 2008.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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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아리는 옛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정체모를 26마리의 개들이 친구를 쫓는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악몽이 80년대 초 레바논 전쟁 당시 그들이 수행했던 이스라엘 군에서의 임무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아리는 자신이 당시의 일들을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 옛 전우들을 찾아 나선다.아리가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각자의 기억을 재구성할수록 조각나고 변형된 기억이 악몽의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잃어버린 파편을 찾기위해 조각들을 수집하고 조합하지만, 이미 스스로의 편리에 따라 변형된 기억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파편으로는 잃어버린 기억을 제대로 되찾을 수 없었다. 결국 기억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을 외면하는 셈이다. 진실은 떠올리기 힘든 조각난 단편으로 남아, 어딘가에 숨은 영원한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이다.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사브라-샤틸라 대학살에 동조한 이스라엘 병사들의 체험 이후, 그들이 가진 왜곡된 기억들을 통해 전쟁 속에서의 인간을 탐구하며, 자국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감각적인 조합을 통해 발현된 굵직한 문제의식은 상영 내내 악몽을 꾸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 전환되며 등장하는 실제 학살사건의 영상은 이스라엘 자국의 양심을 대변하며, 악몽과도 같은 현실 중첩에 불편을 느끼는 관객의 마음을 확인사살해버리는 힘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