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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길들인다는 말은

by kaonic 2007.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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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다는 말은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야. 지금 내게 있어 너는 아직 몇 천명 중의 어린이와 조금도 다름없는 사내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네가 필요치 않고 너도 내가 아쉽지 않을거야. 네게 있어 나란 몇 천 몇 만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나 만약 우리가 서로를 길들이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가 아쉬워질 거야. 너와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무언가가 될 게고 내 생활은 해가 돋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그리고 난 다른 어느 발소리와는 틀린 네 발소리를 기억하게 될거야. 다른 발소리를 들으면 굴 속으로 들어 가겠지만 네 발소리는 음악소리와 같아서 나를 굴 밖으로 불러 낼 거야.  또한 난 빵을 안 먹으니까 밀밭을 보아도 내 머리에는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어. 그렇지만 네가 날 길들여 놓는다면, 난 밀밭만 보아도 네 금발머리를 생각하게 될 테고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좋아질거야.

넌 네 장미꽃에게로 다시 돌아가야 해. 이 세상에 있는 몇 만 송이의 장미꽃은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단지 네게 소중한 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네 장미꽃이야. 그건 네가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며 서서히 길들였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말은 잊어 버려선 안돼. "길들인 것에 대해선 영원히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생떽쥐뻬리 어린왕자 중에서...]



하지만. 하지만. 난 아직 모르겠다. 어떻게 길들여야 하며 어떻게 길들여져야 하는지...
관계란 내게 있어서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