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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스티븐 킹 아저씨 살짝 실망했어요. - 셀

by kaonic 2007.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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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은 미지를 바라보는 내면적 공포가 잘 표현되어 있고 복잡한 메타포를 쓰지 않고 단순한 서술 구조를 가진 건조한듯 하면서 정감가는 유머러스한 구성이 좋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껏 스티븐 킹이라는 글자 만으로도 시간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 무턱대고 집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전부 다 좋아서 이것도 좋아. 저것도 좋아. 라고 외쳐대는 빠는 아닙니다. 어찌되었든 아무렇게나 골라도 비교적 안전빵이라는 거죠. 타고난 꾼의 이야기를 듣는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작품이 재미있진 않죠. 그렇게 많은 작품들이 전부 입맛에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매우 지루하고도 지겹게 읽었던 소설도 몇몇 있었으니까요.

"셀"은 스티븐 킹 특유의 이야기 서술 덕분에 술술 읽힙니다. 심지어 읽는 동안엔 흥미진진하기까지 하죠. 그렇지만, 뭔가 어설픈 냄새가 납니다. 구성에 빈틈이 많이 보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흘러나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정말 설명할 수 없게 되버린 것이죠.

초반의 과감한 사건 전개는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이건 스티븐 킹의 착착 쌓아놓다가 하나 둘 터트리고 몰아치는 방식이 아니거든요. "셀"에서는 처음부터 블록버스터와 같은 비쥬얼을 선사합니다. 마치 눈앞에 펼쳐진 듯한 새로운 좀비들의 세상은 정말 거대한 물량이 투입된 영화적 재미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주인공의 고군분투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맥을 잃고 예상가능한 진행 속에서 흐느적 대기 시작합니다. 전파로 둘러쌓여 휴대전화에 묶인 듯한 현대인의 전파중독에 대한 비판조차 한 없이 흐물거리며 흘러내려 추스리기 벅차보입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겠으니 여기서 그만두겠습니다만, 조금 더 말하지만, 신약의 예수 수난 이야기에서 따온 비유조차 어설프고 예측 가능한지라 한숨이 나옵니다.

아들을 구하려는 아빠의 모습은 한 없이 애절하지만,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작동하는 쥐새끼가 더욱 그렇습니다. 어쨌든 그가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론 이해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뭐?"라는 의문이 생긴달까요.

시도는 좋았지만, 그저 평범하고 볼거리가 많은 헐리우드판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를 본 기분입니다. 이 작품이 2008년에는 영화화된다고 하니, 그건 좀 기대가 되는 군요. 어쨌든 볼거리는 좋아하니까요. 결국 책을 덮으면서 스티븐 킹이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오마주인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가 백만배 멋진 소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책 내용과는 상관없는 외형적인 문제입니다.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의 총서는 마음에 듭니다. 무척 좋아하는 총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두꺼운 종이와 함께 어설픈 분권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셀"정도의 분량이라면, 이건 분명 단권으로 나왔어야 옳은 겁니다. 스티븐 킹의 이름값으로 장사를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말이죠. 장삿속이 너무나 훤히 보여 민망할 지경입니다. 얼마전 출간된 "리시 이야기"도 마찬가지겠죠? 어떻게 이정도 페이지에 이런 두께가 나오는지 답답합니다. 손이 잘 안 베이는 종이라는 건 인정합니다만, 주장하듯 눈이 편안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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