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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벡실 (2077 일본 쇄국) - 테크놀로지에 잠식당한 일본의 암울한 미래상

by kaonic 200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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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에서부터 달콤한 희망이 담긴 모습과 암울하고도 어두운 모습 등을 기반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중 암울한 미래를 그려내는 장르의 일환으로 사이버펑크가 있다. 사이버펑크의 유행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정보화시대의 출발과 일치한다. 당시의 소설을 비롯해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현재에 와서는 많은 부분이 시들해진 상태지만 꾸준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버펑크는 해커, 인공지능 그리고 거대 기업 간에 일어나는 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외계나 먼 미래를 다루는 SF와는 달리 비교적 가까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지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그려지는 사회는 주로 고도정보기술사회가 디스토피아로 표현되는 암울한 사회상으로 표현되게 마련이며, 기술과 인간의 운명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사이버펑크는 과학기술에 대한 아나키즘적이며 반항적인 분위기를 가진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며 스스로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이나, 인류가 원하지 않지만 일부 급진론자들에 의해 강제로 다음 단계로 진화하거나 노예로 변모하는 모습 등을 표현하기도 한다. <벡실>은 이러한 사이버펑크의 기본적인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하다. “2077 일본 쇄국”이라는 매우 도발적인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일본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일본의 모습이 매우 부정적으로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감독은 <뷰티풀 라이프>와 영화 <핑퐁>을 연출한 바 있는 소리 후미히코가 맡았다. 이전에 영화 <타이타닉>에서 CG애니메이터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애플시드>의 프로듀스를 맡는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각본은 <애플시드>에서 함께 작업했던 한다 하루카와 함께 작업했으며, 음악 또한 이전 작품에서 함께 작업한 폴 오켄폴드가 맡아 극적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저패니메이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파이널 판타지>나 <애플시드>와 마찬가지로 3D기술로 제작되었다. 일본에서의 3D애니메이션 제작은 비교적 소극적인데다 기술적으로도 북미 보다는 한 단계 떨어지는 느낌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헐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래선지 <벡실>에서는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가미된 3D 애니메이션을 표현해 냈다.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명칭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3D 애니메이션처럼 연기자가 온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연기를 하면, 이 센서를 통해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컴퓨터에 입력되어 이를 애니메이션의 동작에 사용하는 방법은 같지만, 인물의 질감을 손으로 그린 셀 느낌의 재질로 표현해 마치 2D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준다. 이전에 제작된 <애플시드>에 비교하면 매우 많은 발전을 보여줘 앞으로 제작될 일본의 3D 애니메이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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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로봇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최첨단 기술의 정점에 서있던 일본은 전 세계의 로봇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겨나는 위험성이 하나둘 지적되면서 UN은 이러한 첨단 기술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조약을 마련하고 이를 일본에도 요청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 요구를 무시하고 “일본 쇄국”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그 후 10년, 일본에 들어간 외국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다이와 중공업의 물품만이 세계 각지로 수출될 따름이다.

조용하게 있던 일본이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모아 비밀회의를 소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의 특수부대 스워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일본의 현지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비밀리에 벡실을 비롯한 미국 특수 요원들을 일본에 잠입시킨다. 그러나 철저한 일본의 감시망에 걸려든 스워드 요원들은 치열한 전투 끝에 레온 소령이 생포되고 나머지 특수요원 모두가 사살되고 만다. 유일하게 적의 손길을 벗어난 벡실은 일본의 배후 세력인 다이와에 대항해서 싸우는 레지스탕스의 조직원인 마리아를 만난다. 10여 년간 베일에 싸인 일본의 현 상태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음모를 알게 된 벡실은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생포된 연인 레온을 구출하고 마리아와 함께 다이와에 대항해 최후의 결전을 감행하게 된다.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DVD는 돌비디지탈 5.1을 비롯해 DTS트랙을 제공하는데, 기본적으로 사운드의 설계가 잘 되어있어 공간의 표현이 확실하고 분명한 소리를 들려준다. 돌비디지탈에 비해 DTS트랙이 세밀하고 강한 느낌을 좀 더 잘 살리고 있다. 영상은 캐릭터의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금속성의 질감은 세밀하게 표현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