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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14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며,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이 허무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하늘을 보고 있었다. 푸른 하늘 속에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그렇게 바라보다 멍해져버렸다. "이봐요."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들려오던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는 빠알간 토끼아가씨가 팔짱을 끼고 잔뜩 부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뭘 그리 생각해요?" "아... 글쎄. 뭘 생각하고 있었지?" "훗. 그걸 다시 되물으면 어쩌겠다는 거예요?" "모르겠군." 창을 등진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팔짱을 풀고, 턱을 괴며 웃음지었다. 창밖은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그 빛을 받아서인지 더욱 빨간 실루엣을.. 2007. 3. 28.
꿈에 관한 것 같지 않아도, 꿈에 대한 이야기 "꿈을 꾸지 않으면 안돼." 언젠가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른바 세상을 바라볼 수가 없다는 거였다. 어떻게든 현실과 불리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듯이 그렇게 꿈을 꾸며 살아가는 녀석이였다. 하지만 그의 꿈꾸는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샌가 녀석은 꿈이란 것을 전혀 꾸지 않는다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드러누워버려 몇시간이고 잠에 빠지길 기다렸지만 잠에 빠져버리는 경우에라도 마치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듯이 그렇게 암흑만이 찾아온다고 했다. 녀석은 나름대로 상상력의 결여라고 결론지어버리고 그런 노력을 포기해 버렸다. 그 이후 녀석은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화해 갔다. 예전부터 알아오던 모습이 아닌 계획과 설정으로 획일된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있는 것 같았다. 나.. 2007. 3. 28.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어째서일까?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나보다.(여기서의 남자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성이란 뜻은 아니다.) 그녀는 마치 여자들끼리 주고받을 이야기를 내게 하곤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즉각적인 반응에 곤란함을 겪는다. 그렇지만 그녀와 이야기 하는 것은 즐겁다고 볼 수 있다. 지루하지 않으며,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다지 짜증내는 기색이 없다. 그래선지 곤란한 이야기도 몇일 사이에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것만 같다. 이런 것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여자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한심한 생각을 해보았다. (여자란 남자에게 있어서 영원한 수수께끼인데 말이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서 남자란 존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서로 영원히 완벽하게 이해할 길이 없어보인다.) "라면이 너무 맛있.. 2007. 3. 27.
이름없는 아이 분홍 곰이 길을 가다 하얀 토끼를 만났습니다. "앗. 토끼다. 안녕! 어디가니?" 분홍 곰은 한적한 가을 길을 혼자 걷자니 너무나 외로워져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팬더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팬더는 아니였지만 하얀 토끼가 너무너무 반가웠답니다. 하얀 토끼가 길을 가다 분홍 곰을 만났습니다. 순간 분홍 곰은 토끼를 잡아 먹는다는 까만 고양이의 말이 떠올라 무서움에 온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분홍 곰은 전혀 무서워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친절한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인사까지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하얀 토끼는 긴장이 조금 풀어져서 "안녕, 분홍 곰아. 겨울이라서 땔감을 찾고 있었어." 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외로운 데다가 따분하기 그지 없던 분홍 곰은 선뜻 땔감을 같이 찾.. 2007.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