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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정말 얄밉다

by kaonic 2007. 3. 30.
출근 시간에서 2분이 경과된 시각 문자가 왔다. 그 시각에 나는 평소보다 늦게 출발한 마을 버스를 타고, 신호등에 걸려 있었다. 문자의 내용은 [오늘도 지각인거니.. -_-]였다. 순간 기분이 확 나빠져버렸다. 속좁은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하나 떠올리게 되버렸다.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는 집이 회사에서 5분 거리에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몇 시간 씩의 엄청난 지각을 해대고, 전날 과도한 음주 때문에 점심먹고 출근하는 행동과 함께 자신의 취미 생활을 위해 퇴근 시간보다 약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하는 행동들이 한달에 서너번 쯤 있다. 연말 연시엔 말도 못할 정도로 많다. 그 덕분에 일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 편이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출근 시간에서 약 6분 정도가 경과되어 있었다. 그리고. "협조좀 해 줘. 잘 좀 하자." 라는 말을 들었다. 이미 기분은 나빠져 있었기에 무시할 수 있었지만 만약 문자가 없었다면, 이 말로 기분이 나빠졌을 것을 생각하니 찝찝한 느낌이였다. "알았어."라고 대답은 해 주었지만, 속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물론 지각을 안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오히려 꺼꾸로 내가 공격을 할 수 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각 따위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는 나는 절대로 공격할 리가 없다는 것 나 자신이 알고 있다. 변명이라고 좀 해보자면, 회사와 집의 거리가 꽤 멀어서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출퇴근만 3시간을 잡아먹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출퇴근 시간일수록 교통편의 시간 편차가 커진다. 1시간 40분 전에 출발을 해도 제대로 도착 할 경우가 있고, 10여분 늦을 경우가 있다. 이런 편차 범위는 대략 10~15분 사이 인데, 언제나 다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언제나 일찍 출발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1시간 30분의 시간이란 그리 녹록치 않다. 퇴근을 제 시간에 하는 경우에도 7시에 퇴근하면 집에 도착하면, 8시 30분이다. 제 시간이라고 해도 7시 정각에 튀어 나오기란 하늘의 별따기. 제 시간이라고 해도 집에 도착하면 9시가 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씻고나면 이미 11시가 다가오는 시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아쉬움 때문에 잠드는 시각은 언제나 늦어진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바로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시간인 출근시간 2시간전이 되어 버린다. 10분 지각인가? 정시 출근인가? 에 대한 결정권은 운에 맡겨지는 것이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다람쥐 챗바퀴는 언제나 일정하게 회전해 주지 않는 것이다. 더욱 안좋은 것은 퇴근시간은 언제나 늦어지고, 밤 10시에 퇴근해도 12시가 다 되어야 집에 도착하는 환경은 생각도 아니하고, 그 다음날 지각을 하게 되면,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일이 많으면, 11시 12시 퇴근은 다반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시에 퇴근해도 버스는 있어서 택시비가 안든다는 것일까? 택시를 타면 조금 더 편하고, 비용처리할테지만. 돈 얘기는 어렵기에 가급적 늦어져도 12시 전에는 퇴근을 하는 편이다.

이렇게 길게 투덜거릴 필요까진 없었을지도 모른다. 쓰다보니 늘어났다는 체념어린 생각밖에 안든다. (사실 더 많이 투덜거릴 수 있긴 하지만 일을 해야 하니 이정도로 하자.) 어쨌든, 비교해 보자면, 5분 거리의 인간과 1시간 30분 거리의 인간에게는 조금 쯤은 다른 잣대를 대주어야 공평하게 생각되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물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으며, 언제나 상황을 생각해주며 결과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 같이 일한지 7년이 넘어가고, 10년이 넘는 친구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몇시간씩 지각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일을 제대로 못 끝내게 만드는 것이 아닌 이상 내가 뭐라고 투덜 거린 적도 없듯이 그렇게 10분의 시간정도로 당장 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로써 압박을 주지 않아 주었으면 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전부 옳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경험에 의해 도출된 답 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말하는 쓸데 없는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똑같은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비슷한 상황에서 항상 같은 결과를 내놓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입밖으로 내지도 못하고, 뒤에서 투덜거리는 내가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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