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

한미 FTA 합의기간 이틀 연장. 그러나,

by kaonic 2007. 3. 31.
대부분의 쟁점들이 사실상 합의된 상태에서 이틀간 연장이라는 것은 결국 쇠고기, 돼지고기 수입 개방시한에 대한 조율만 남겨둔 상태. 이틀간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도 그다지 밝지는 못한 듯 하다. 게다가 선 타결선언 후 이틀간 조문화 작업이라는 것은 조문화작업에 해당되는 것들을 제외하고 이미 결정된 것들은 그대로 굳어버린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것저것 따져봐서, 섬유의 경우에는 한국산 수출 의류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하니, 섬유쪽에서는 반겨줄만 하지만, 그것도 좀 그런 것이 거의 모든 것이 중국OEM생산인 요즘 한국산 의류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이런쪽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옷이 싸질까? 그렇지도 않은 것이. 미국의 유명한 상표들 대부분은 중국, 태국, 싱가폴 등 전 세계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으므로, 싸질리가 없다. 한미FTA잖은가? 미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에 한해서 관세가 사라질 뿐이다. 미국 브랜드의 옷값이 싸지리란 기대는 접어두는게 좋다.

음식은 또 어떨까. 대량생산되는 미국산 음식은 미국내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식재료가 많이 쓰이므로 당연히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농산물도 대량생산되므로 가격이 저렴해 질 것이다. 그러나, 이 덕분에 한국의 농민들은 심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지출에 들어가는 음식물의 가격이 싸지면, 소비자 입장에서 좋기야 하지만, 우리 농민들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싸고 질 좋아보이는 음식을 찾아 구입할 것이 뻔하기에 더욱 암담하다. 국가에서 이에 대비해 약 10년간 농업지원을 해준다지만, 지원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소프트웨어는 아무것도 달라질게 없다. 원래 관세가 없었거든.

의약품 값은 6%의 현행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약값이 싸지나? 아마 소비자 입장에선 별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의료보험에 해당되는 약품의 가격은 잘 느끼지 못할테고, 새로운 약품이 많이 개발되는 미국의 특허보장기간이 연장되므로, 저렴한 카피약품의 생산이 불가능해져셔, 오히려 신약의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까 싶다.

일반 생필품은 관세가 없어지니 미국에서 수입되던 생필품은 좀 가격이 내려갈테고, 자동차의 경우엔 미제차가 좀 싸지겠지만, 현실적으로 외제차는 AS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그다지 효율이 높지는 않을 듯 하다. 그렇다고 수출이 잘 될 것인가? 하면 그 또한 의문스럽다.

전자제품은 미국산이 조금더 싸질테지만, 국산품의 품질도 좋으니 그다지 효과가 없을 듯 하고, 금융상품같은건 역외펀드로 이미 잔뜩 깔려있으니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정밀제품의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것이 한국의 기술력보다 미국의 기술력이 월등하니 이에 대한 수입이 더욱 증가해 무역에서 손해를 볼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요즘 많이들 보는 미국드라마는 어떤가. 아마 조금 더 수입이 활발해져서 더 많은 미국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다. 좋게 보면 문화적 교류지만, 나쁘게 보면, 문화적 침공을 당하는 셈이다. 어쨌든 현재에도 많이 수입되고 있으니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전반적인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따져보자면, 꽤 커다란 타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망할 미키마우스법 같으니!) 저작권료로 빠져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 여파로, 각종 문화상품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다. (책값이 오른다고. 책값이.) 영화또한 스크린 쿼터가 축소되고, 테레비의 편성비율이 바뀌게 되어, 국산 영화나 영상물의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별로 좋은게 없다. 농업은 농업대로 안 좋고, 문화산업은 문화산업대로 안 좋고, 정밀기계는 정밀기계대로 안 좋고, 섬유산업 분야만 조금 좋게 변할듯 하다. 결국 교육, 의료 등 고급 서비스의 개방도 제외되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도 못 얻어냈다.

하나하나 따져보니 꽤 암담한 결과다. 심하게 과장해서 무슨 식민지가 되버린 기분까지 든다. 실업자는 늘어날테고, 문화상품의 가격은 올라갈테고, 절망 속의 한 줄기 빛으로 작용하는 신약의 가격은 더욱 올라갈테고, 정말 깊이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