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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가족 애니메이션과 함께 따스한 봄날을...

by kaonic 200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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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신문기사를 보고 멍해진 일이 있다. 24~35세 주부 중 44%가 남편 외의 애인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 기사였다. 물론 이 조사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한 통계 과학적인 표본조사가 아닌 온라인 설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였기에 오차범위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고, 기사를 눈에 띄게 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충격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해서 부풀린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에 관한 단편적 사례와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기에 가정의 소중함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가족 해체에 관한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쓰여 왔으며,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하고 있다. 현재 공중파에서 방영되어지고 있는 드라마 중에도 이러한 소재를 가진 드라마가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모든 드라마에 불륜, 해체 코드가 들어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애니메이션의 시청 대상을 굳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맞추지 않는 애니메이션 종주국 일본에서 이러한 소재를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리 없다. 하나의 작품에서 이런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일부 에피소드의 배경이나 양념 등으로 많이 다루어져 왔다.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침울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으니, 즐거운 것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액션과 해체, 불륜, 선정성이 판치는 요즘, 점차 따뜻해지는 봄기운을 느끼며 온 식구가 둘러앉아 훈훈한 가족애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언제나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 보이는 엄마와 무엇이든 무관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아빠, 평범한듯하면서도 얼빠진 행동을 잘하는 고교생 아리, 수줍음을 많이 타는 중학생 동동. 어떻게 보면 개성이 넘쳐흐르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네 명의 평범한 가족을 중심으로 즐거운 일상생활이 펼쳐지는 아주 단순한 그림체의 <아따맘마>를 보다 보면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자인 케라 에이코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만화를 구상했다지만 애니메이션은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아따맘마>의 진정한 강점은 일상적인 소소한 사건들이 너무나 재치 있게 묘사되어 무릎을 치며 공감할만한 장면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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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맘마>가 즐거운 가족의 일상을 그렸다면 <아기와 나>는 보다 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나의 역할을 하는 미노루(진이)는 성실하고 여자애들에게 인기도 많은 초등학생이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아직 어린 아기인 동생이 자신의 사정은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따르는 동생이 귀엽긴 하지만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자신도 엄마가 필요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가족관계가 난처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실하고 마음이 강한 미노루는 아빠와 친구, 이웃들의 보살핌으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잡아간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에피스드가 진행되면서 인물들이 조금씩 변화해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예쁜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다분히 현실적인 감정상태의 기복이 그대로 드러나며, 훨씬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진지하거나 어려운 상황도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며 미노루의 가족, 이웃과 친구들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이다.

<아따맘마>와 <아기와 나>는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작품들이지만, 따뜻한 가족애와 일상의 소소함이 잘 들어나 온 가족이 공감하고 함께 웃으며, 가족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들은 멋을 부리지 않는다. 환상적인 아름다움도, 발산하는 폭력도, 자극적인 선정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분히 현실적이며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정이 해체되어가고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어, 관계의 단절이 확산되고, 부부간의 정보다는 한순간의 즐거움에 쏠려있는 요즘. 다시 한 번 관계에 대해.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