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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재치넘치는 풍자 - 약소국 그랜드 펜윅 시리즈

by kaonic 2007. 4. 6.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뜨인돌
약소국과 강대국의 역학관계와 이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은근히 재미있다. 꽤 비현실적인 풍경과 우화적인 모습은 마치 동화책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가볍고 쉽게 풀어 쓴 이야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주제를 생각해 보면 그리 쉬운건 아닌 듯 하다. 어찌되었든 냉전시기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을 가볍게 비꼬아서 풀어쓴 이야기에 파묻혀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그저 아무 생각 없는 그저그런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마는 꽤 엉뚱한 느낌의 소설이다. 한 없이 가벼워질 수도, 한 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는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리즈가 굉장히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쓰여질 당시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비꼬고 있으면서, SF적인 요소도 지내고 있다는 점.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뜨인돌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두번째 시리즈(사실 원래 순서대로 본다면 세번째 시리즈)는 이제 역학관계에 대한 풍자는 접어두고 경제를 다루고 있다. 왜? 이미 그랜드 펜윅이 이미 강대국이 되어버렸으니까. 사실 겉 모습은 약소국이지만... 더 말하면 미워하는 사람이 생길까봐 여기서 그만. 어찌되었든! 전쟁같지도 않은 전쟁을 승리한 그랜드 펜윅에 새로운 위기가 닥치는데 그것은 자본의 위기인 것이다. 승전의 댓가로 미국에 설립된 그랜트 펜윅산 와인 맛 껌 제조 및 판매 회사가 급작스레 엄청난 수익을 거둬 무려 100만 달러(당시의 100만달러는 지금의 500만 혹은 1000만 달러에 달하지 않을까? 계산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ㅎㅎ)라는 금액을 그랜드 펜윅 공국에 전한 것이다. 겨우 수천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가 100만 달러의 거금에 의해 인플레이션에 빠질 위기! 어쩌면 좋은가? 꽤(?) 지나간 시대에 쓰여진 소설이기에 화폐의 가치와 속성에 대한 설명이나 설정들이 살짝 흘러간 느낌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맹점과 본질을 즐겁게 풀어 놓아 경제 입문서로 써도 좋을 듯. (정말?)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뜨인돌
이제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을 풍자한다. 우주를 먼제 개발해서 자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강대국들을 비꼬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주개발 경쟁인 것이다. 그랜드 펜윅이 우주개발에 뛰어든다. 미국과의 전쟁은 이겼지만, 사실 단 하나 비장의 무기로써 강대국의 입지를 지키고 있는 무지막지하게 작은 나라 그랜드 팬윅 공국! 연 2만 파운드도 안 되는 예산에 짜증난 마운트 조이 총리가 최신식 수도설비를 도입하려는 속내를 숨기고, 한창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는 우주개발에 돈을 쓰겠다며 미국으로부터 차관을 얻는다. 자칭 강대국인 미국에서는 기술과 경제력도 미약한 조그만 나라가 유인 우주선을 만들어서 우주개발을 성공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차관과 함께 쓰다버린 로켓을 빌려준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랜드 펜윅에는 뛰어난 과학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코킨츠 박사가 우연히 우주선을 띄울 수 있는 새로운 원소 피노튬 64를 발견하게된 것이다. 이제 우주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랜드 펜윅 우주까지 접수하려는게냐?!

그러고 보니 약소국 그랜드 펜윅 시리즈는 작년에 일어난 북핵 사태와 맞물려 미국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럴드 포스트가 북핵사태와 관련,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일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발언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