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

냉정한 권총 살해 -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바라보며....

by kaonic 2007. 4. 18.
권총은 영화에서처럼 손쉽게 조준해서 명중시킬 수 있는 간단한 무기가 아니다. 조금만 흔들려도 겨우 10미터 떨어진 표적지 조차 벗어나서 엉뚱한 곳에 총알이 꽂혀 버린다. 실탄 사격에 취미를 붙이고 있는 요즘 말로만 듣던 명중율의 비효율성을 확실히 실감하곤 한다. 확실히 집중을 하고 과녁을 조준해야 제대로된 사격이 가능하다. 정신을 흐트리고는 절대로 원하는 곳을 맞추지 못한다. 게다가 잠시 들고 있기엔 괜찮을 것 같아도 오랫동안 들고 있으면, 팔 근육이 아려오면서 흔들리기에 더욱 많은 집중력을 요한다.

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 공대 참사의 사망자는 33명이다. 사망자 뿐만 아니라 부상자도 다수 존재한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아무렇게나 난사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올리가 없을 것 같다.

다음은 사건의 경과를 알기쉽게 표현해 놓은 그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버지니아 경찰서장은 17일(현지시간) 최승현 주미대사관 워싱턴지역 영사와의 면담에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용의자는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로 버지니아 공대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조승희씨이며 동기는 치정이나 이성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기숙사 자기 방에 남긴 '혼란스런' 심경을 담은 장문의 노트 메모 등을 종합해서 조씨의 첫 총격을 받아 사망한 여학생 에밀리 제인 힐스처(18)가 범행동기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가 남긴 노트에는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지른다"(You caused me to do this)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1984년 한국에서 출생했다. 1992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으며 페어팩스의 웨스트필드고교를 졸업했다. 그에게는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지만 국적은 한국인인 ‘외국인 거주자(resident alien)’, 즉 그린카드 소유자다. 언론들의 정보를 보면, 그는 거의 왕따 수준의 생활을 해 온 것 같다.

그에 대한 여러 증언들을 보면, 키 180cm가량의 비교적 건장한 체격이며, 보이 스카우트 같은 복장을 했고, 총격 당시 매우 침착했다고 한다. 또한, 훈련받은 듯 아주 능숙하게 총기를 다뤘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아마도 FPS게임을 즐기던 그는 게임만으로 성에 안 차서 취미생활로 사격장 등지에서 총기를 직접 다뤘고, 사격 연습도 했을 것이다.

목격자들은 그가 에밀리와 기숙사에서 논쟁을 벌인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권총을 휴대하고 기숙사 건물로 되돌아온 뒤 에밀리와 클라크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증언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시간 후 강의실을 옮겨 다니며 30명을 살해했다. 그리고 자살함으로써 총 33명의 사망자로 총격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살해에 사용된 귄총
살해에 사용된 권총과 탄환의 크기 비교이다. 상기의 Walther P22 (22구경)과 Glock G19(9mm)는 비교적 작고 가벼운 축에 들고, 위력이 강하지 않아 취미이나 호신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국내의 실탄 사격장에서 직접 사격해 볼 수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권총들이다.

여기서부터는 어디까지나 제멋대로의 추측이므로, 실제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평소, 사람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고 총을 쏘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취미삼아 권총을 두자루 구입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와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 언쟁을 나누다가 분노가 극에 달해 총을 가져와 위헙하려고 했다. 하지만, 위헙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언쟁은 커져만 간다. 결국 제 정신을 잃고 총을 발사해 버린다. 한 사람이 죽고, 얼결에 목격자까지 죽여버리고 만다. 급하게 도망친 그는 어딘가에 숨어서 생각을 시작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자신의 감정적 격류를 이기지 못하고,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평소 권총사격에 대해 익숙한데다, 이제 사람을 죽여버렸으니 앞으로 어찌될까를 생각해 본다. 권총을 구입한 시기도 마음에 걸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잡히면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확실하다. 아니면 잡히는 과정에서 어설프게 굴어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수해서 잡혀들어간다해도 이후에 이어질 비난과 영화에서나 보던 감옥의 지옥같은 생활이 두렵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생각해보지만,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마음 속에 하나하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다. 극단적인 정신 상태에서 어짜피 자신은 죽으리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두시간 가까이 흘렀고, 그는 이왕 죽을거 동반자라도 많이 데려가야 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매스컴에 동영상과 사진 등을 보내 더욱 혼란스럽게, 유명하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무기를 챙기기 전에 방송국에 우편물을 발송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미리 사두었던 탄약과 탄창을 챙긴다. 무언가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람들을 혼란시킬 문구 ‘이스마일 도끼(Ismail Ax)’를 팔에 쓴다. 마침 강의가 하고 있을 시간,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목숨을 포기한 순간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최초의 감정적 격류에 의한 살인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복수심에 불타 냉정하게 사람들을 죽이며 돌아다닌 것이 아닐까?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총기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사건에 의해 미국내 총기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겠지만, 그것도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처럼 잠시 들썩이고 가라 앉을 것이다. 결국 총기의 규제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예방책을 강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미국의 역사적 인식에 있어서 총기는 대단한 의미와 위력을 가졌다.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국적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국내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면, 최초의 사건에 의해 한 사람 정도가 사망하거나 다치고 끝났을 일이다. 이번 총기사건은 분명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일이지만 국제 문제로까지 비화될 성질의 사건은 아니다. 국민학교 2학년의 어린나이에 미국으로 이민간 조승희가 15년간 살아오면서 그 나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뚤어지게 되었으며, 총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환경적 요인이 빚어낸 참사다. 다시 말해서 한국계 이민자가  벌인 끔찍한 사건일 뿐, 한국이 사고를 낸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생각치 않는 일부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집단으로 걸고 넘어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최초의 사건 당시 범인이 중국계라는 소문이 나돌 때 한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그리고 한국계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의 반응은 어떻게 변했는가? 미국인 중에는 너희 한국인 중에 한 명이 우리 미국인을 그렇게 학살했으니 복수하겠다며, 무차별로 한국계에 대해 폭력을 행사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비단 이러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분노한 집단에게 분노를 해소할 타겟으로 설정되는 것 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제발 이런 문제로 미국내 한국계에 대한 무차별 폭력과 함께 외교문제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전혀 관련 없는 엉뚱한 곳에 가져다 붙이고 비교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