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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성룡의 망가진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에서 회귀의 'BB 프로젝트'까지

by kaonic 200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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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이제 아시아를 벗어나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지 오래다. <신화>는 성룡이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와 <홍번구> 등을 통해 호흡을 맞춘 당계레 감독과 손을 잡고, 350억의 제작비를 투여해 2년에 걸쳐 세계시장을 노리며 제작한 스펙터클 액션 블록버스터다.

지난 <러시 아워>, <메달리온>, <턱시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등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를 통해서 세계무대에 이른바 통하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화>는 세계적인 액션 배우이자 제작자인 성룡, 그리고 중국에서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희선, 인도 배우 말리카 쉐라왓, 이 셋의 만남만으로도 촬영 전부터 아시아 전역에 화제를 뿌리며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금껏 다루어지지 않았던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진시황릉을 소재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을 나름대로 풀어가는 <신화>는 성배와 피라미드 등 서양관점의 되풀이 되는 액션 어드벤처의 진부함에 흥미를 잃어가던 관객에게 새로운 소재의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극장에 공개된 이후의 반응은 지역적 편차가 너무나도 컸다. 중국에서는 성룡의 유명세와 김희선이라는 한류 스타의 영향과 함께 중화권이 원하는 역사적 시각을 등에 업고 비교적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국에서는 성룡영화로써는 드물게도 흥행에 실패하고 조용히 막을 내리고 말았으며, 최민수의 배역을 두고 고구려냐 고조선이냐는 논쟁이 있었다. 결국, 역사의 왜곡과 중화권 중심의 해석 등으로 인해 과거사에 특히 민감한 한국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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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잭(성룡)은 옥수(김희선)라는 신비스런 고대여인의 꿈을 꾼다. 현실처럼 느껴지는 꿈은 점점 잭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내용으로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이자 반중력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윌리엄(양가휘)의 제안으로 왕의 관이 공중에 떠있다는 인도의 다사이 왕국으로 향한다. 이들은 그곳에서 공중에 떠있는 관을 목격하고, 중력을 무시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원석과 고대 진 왕조시대의 칼을 우연히 발견한다. 잭은 원석, 고대의 칼, 그리고 꿈속의 여인이 고고학자들과 탐험가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시황제의 황릉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여러 단서를 통해 숨겨진 진실한 진시황릉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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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 특유의 액션과 유머, 김희선의 매력, 초반 고조선 장수로 잠시 등장하는 최민수의 카리스마 등 재미와 볼거리는 갖췄으나, 억지스런 스토리와 함께 김희선의 얼빠진 표정이 문제다. 어짜피 목소리는 한국어로 말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중국어로 더빙했으니 할 말 없다.

딴 소리, 최민수는 조연이지만 꽤 비중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이다. 그러나, 홍보용 포스터의 어디에도 등장하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양가휘 보다 비중있고 폼도 났는데 말이다.

줄거리상 정소동 감독의 <진용>(1990)을 떠오르게 하나 설득력은 이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진시황릉에서 옥수 공주가 불로초 덕에 2000년을 기다리는 대목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2000년 동안 대체 무엇을 하며 지낸 것인가.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갇혀있던 장수는 또 어떻고? 좀 과장해서 2000년 동안 둘 사이에 뭔 일이 벌어져도 천 번은 벌어졌겠다.

어쨌든,

돈들인 화면은 멋지고, 진시황릉의 표현 역시 돈이 발린게 보일 정도로 환상적이다. 몽의장군으로써 성룡 특유의 액션은 웬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또한 우리의 히로인 김희선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물론 겉 모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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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신화> 이후로 생각이 바뀐 것인지 미리 계획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BB 프로젝트>의 각본을 쓰고 직접 출연까지 했다. <BB 프로젝트>에서는 성룡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듯 낙천적인 가벼운 스토리와 함께 재기 발랄한 유머를 선보였다. 하지만, 나이는 어찌할 수 없던 것인지 과거의 눈이 핑핑 돌아가던 아크로바틱 액션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 그래도 아직 성룡은 죽지 않았다는 포스를 힘차게 뿜어내고 있으니 성룡의 팬이라면 <신화>에서 살짝 실망했다 하더라도, <BB 프로젝트>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그에게 열광할 수 있으리라.

올해는 <러시아워3>가 개봉될 예정이다. 물론 성룡영화니까 확실히 볼 작정이다. 아마 당연스레 추석 시즌에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매년 빠지지 않고 성룡 영화를 보고 있는 셈이랄까. 한때, 이런 말이 있었잖은가?

"명절에 성룡 영화를 안 보면, 명절을 제대로 보내지 않은 것 같아 찜찜하다."

우리의 명절을 즐겁게 해주는 성룡은 과연 언제까지 그 영화인생을 이어갈까. 물론 영원히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도 나이를 먹어가니 걱정이다. 그의 팬으로써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고 나지 않고 쭈욱 성룡표 영화를 이어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