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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우연찮은 접촉. 아프리카에 대한 탐닉. 동경. 시기. 질투.

by kaonic 2007. 7. 10.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정환정 지음/갤리온

작은탐닉이라는 시리즈 도서가 있다. 우연찮게 날아온 트랙백을 타고 찾은 곳은 해당 시리즈에 관한 작은탐닉 페이지였다. 탐닉이라고 하면 솔직히 좀 과격한 용어로 빈번하게 사용되어진다. 예를 들면, "주색에 탐닉하다"라던가, "쾌락에 탐닉하다."라는 식이다. 사전을 찾아봐도 예문은 주색 혹은 쾌락을 위주로 되어 있다. 그 탐닉을 생활 전반으로 끌어온 것이 작은탐닉 시리즈다. 아무튼, 이 페이지에서는 탐닉원정대라는 것을 모집하고 있는데 등록하면 책을 그냥 보내준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 틀릴 것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이라도 하듯 당장. 등록하고, 댓글로 이름과 주소를 써놓았더니 이틀만에 정말로 책이 날아왔다. 책을 찬찬히 뒤적이면서 어쩌지. 리뷰를 작성해야 할까? 그냥 입 씻고 말아버릴까. 안절부절. 이라기보단. 귀차니즘과의 싸움을 진행했다. 뭔가 쓰긴 해야겠는데 머릿속은 멍 한 상태로 시간이 흘러갔다. 사실 이런저런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요즘 Anyway라고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대 유행이지만...),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는 여행기라고 볼 수 있다. 사진으로 화려하게 페이지를 장식하고, 여행지의 소개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잠깐의 사색이 이루어지지만, 그리 깊은 통찰을 이뤄낸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가볍게. 가볍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나, 느낀 점을 서술해 놓았다. 문학적이지도, 통찰적이지도, 무겁지도 않다. 가볍게. 가볍게 육중한 주제는 재주 껏 비껴나가며 흐름을 만들어 낸다. 가만히 읽다보면, 여행하면서 적은 메모 등을 참조하며, 나중에 덧붙이듯 내용을 만들어낸 기분이 든다. 사실 이렇게 비판적으로 읽혀지는 것은 나의 질투 때문일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것은 한 없이 동경하고 또 동경하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아프리카를 탐닉한다"의 저자는 내게 있어 질투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떠날 수 있는 용기는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질투심에 무조건 폄하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과 전쟁"일지 모르지만, 시사적인 인간이 못 되는 나는 푸른 초원과 동물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시각적 충족감과 함께, 경험에 의한 서술을 통해 대리적 만족감을 준다. 편협한 시각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두운 면은 전부 외면해 버리고, 밝은 면 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밝고도 밝은 이미지들. 이 책에 실린 사진들 또한 원색적으로 빨강. 파랑. 노랑. 녹색. 등이 두드러져 화려한 아프리카의 풍광을 보여준다. 도무지 어두워질 수 없는 분위기로 인해 매우 낙천적인 여행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재밋는 상황. 애처로울 수 있는 모습과 상황 또한 밝게. 밝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환상에 빠지는 것일테고. 그래서 더욱 부럽고 질투가 나는 것일테고. 아무튼 그렇다. 결론적으로 멋진 사진과 함께 상상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날라치면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가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