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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PiFan - 장르문학 북페어에 다녀오다.

by kaonic 2007. 7. 18.
결과부터 말하면 북페어에 무척 기대를 걸어서 그런지, 살짝 실망하고 돌아왔다. 화창한 지난 토요일 오후에 기대하던 영화 한 편을 놓치고 나니 세상이 암흑으로 변질되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는 건 과장이고, 아무튼 그랬다. 그런 이유로 엉금엉금 기어서 희망 한 가닥을 잡아늘이는 심정으로 장르문학 북페어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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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너무 협소하지 않은가? 사진엔 가득 담아 놓았기 때문에 괜찮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장으로 직접 가보면 그 작고도 조그마한 규모에 머리가 훽~훽~ 돌아갈 것이다.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그나마 좋은 건 책담아가기 좋아보이는 커다란 종이 가방에 협찬 받은 음료수와 알라딘 2000원 할인권을 담아서 나누어 주었다는 점이다.

에효~ 한숨을 쉬며 근처에 마련된 <마징가Z>의 원작자 "나가이 고"의 원화 전시(마찬가지로 협소)를 둘러보고, 아름다운재단의 매우 협소하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바자회도 한 번 둘러보고, 아시아 영화의 특수분장 전시회인 환상교실(마찬가지로 협소)에 들러 잔혹한 사진도 좀 찍어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느정도 가라앉은 마음으로 북페어로 다가가니 드디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장르문학 북페어의 주된 장르는 역시 여름에 맞춘 추리, 공포, 그리고 판타지였다. 과학소설(SF)은 무척이나 협소하게 마련되어 있었으며, 월간 판타스틱 코너는 맨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어쨌든 그랬으며 신간과 잘 나가는 책들은 대부분 20% 할인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그외 잘 안 팔리는 책들이 50% 할인 코너로 내몰려 있었으며, 일부 재고성 상품은 균일가 5000원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침 이전부터 사려다가 주저하고 있던 로렐 K. 해밀턴의 뱀파이어 헌터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가 균일가 5000원씩에 판매되고 있기에 덮썩 세권을 집어들어 구입했다.

린지 데이비스의 로마의 명탐정 팔코 시리즈도 권당 5000원씩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미 가지고 있기에 예전에 얼마주고 샀더라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 외의 대부분은 가지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책들이라서 패스. 살만한 책 대부분은 20%할인이였으므로 할인율을 생각해보니 애써 무겁게 들고다니느니 그냥 나중에 주문하려고 패스. 그러고보니 황금가지에서 나온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 중 잘 안팔리는 듯한 책들은 전부 5000원 균일가에 판매되고 있던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책이란 출간 직후에 사면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다가 장르문학의 협소한 시장성 때문에 절판의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는 일. 결국 나오자마자 사게된다는 점은 무척 절망적인 상황. 따라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요즘 세상에 제 값을 전부 내주고 책을 사면 바보 소리 듣는다.

내용이 알차리라 기대했던 한국 과학소설 100년展은 그저 도표 하나 그려서 벽에 붙여놓고, 역사적인 SF 책을 몇 권 전시해 놓은 것에 불과해서 대대적으로 실망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으며, 아름다운재단에서 음료수코너를 마련해 그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며, 안쪽에 의자를 좀 가져다 두었을 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뭘 기대 했나몰러유......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