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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담뱃값으로 세금을 협박하는 정부라니!

by kaonic 2007. 8. 30.
9월에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또다시 담뱃값 인상이 거론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복지부가 담뱃값 500원 인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 중점관리법안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다음달 정기국회에 담배 1갑당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354원에서 558원으로 인상해 담배가격을 500원 올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과 함께 다방면으로 홍보에 힘쓸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급여 지원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로 흡수되기 때문에 내년에 당장 건강증진기금에서 27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담뱃값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의 바탕에 깔려 있다.

정작 문제는 담뱃값이 인상되지 않으면,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협박에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담뱃값 인상 불발로 인해 영유아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 사업 지원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세금의 효율적인 사용은 뒷전에 두고, 막연히 담뱃값을 인상시켜서 모자란 돈을 충당해야 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

담뱃값의 인상으로 인한 금연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시점에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일 따름이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치면,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다수의 흡연자가 인상된 담뱃값 때문에 금연을 하게 된다면, 결국 거둬지는 세금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세수가 줄게 되므로 복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당연히 건강보험료의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된다. 담뱃값 인상 논의와 함께 내년에도 역시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예고 되어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담뱃값 인상의 바탕에 깔려있는 속셈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이미 지난 번 인상 시기에도 끽연가들이 미리 사재기해둔 덕에 잠시동안 담배의 소비가 주춤했지만, 결과적으로 담배의 소비는 줄지 않았으므로, 이번에 또 올리더라도 결국 담배의 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져버릴 수 없기 때문에 잊을만 하면 담뱃값의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겉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고 허울좋은 주장을 펼쳐 적극적인 흡연반대론자들의 호감을 살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담뱃값의 인상을 추진하는 겉모습은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지만,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정말 담배로 인해 벌어지는 건강의 악화를 막고 싶다면, 아예 담배 자체를 마약과 같이 불법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담배로 인해 거둬지는 막대한 세금이 아쉬워 절대 그리 할 수는 없으리라 본다. 담뱃값의 인상은 결과적으로 담배에 중독된 흡연자들에게 기대서 흡혈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물론, 흡연자의 입장에서 담배는 백해 무익하고, 건강에 이롭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끊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금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돈없고 빽없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힘든 일상 속에서 담배 한 개피의 휴식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이런 방식으로의 금연 유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난한 흡연자는 전혀 배려하지 못하는 처사일 뿐이다.

아예 담뱃값을 10만원으로 올리더라도 흡연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얼마전 교도소에서 담배 한 갑이 무려 30만원이라는 거금으로 거래된다는 기사를 기억한다면, 분명 담뱃값이 그렇게 오르더라도 필 사람은 다 핀다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힘없는 서민들의 돈을 더욱 쥐어짜는 결과밖에 나지 않는다.

정부는 보다 효율적인 세금의 사용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복지부는 삽질 행정으로 360억이나 날려버리지 않았나. 담뱃값의 인상을 포함해 세금을 더 걷어야 국민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보다 탈세되는 세금을 더 확실히 거두고, 정책과 함께 정부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 돈을 절약하고 거둬들인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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