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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흘러간 추억 속 영웅 "로보트 태권브이"

by kaonic 2007.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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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브이는 지금에 와서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미 흘러가버린 애니메이션의 부활은 환영할 일인가? 혹시,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활로를 막아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태권브이는 1976년에 처음 탄생해 1990년까지 총 14편의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제작된 <로봇태권V 90>은 우뢰매의 성공에 고무되어, 76년에 나온 최초의 태권브이와 실사의 합성을 시도한 리메이크였지만,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발상이 되어버렸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건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특촬물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후 90년대 새롭게 유입되는 최신의 일본 스타일 애니메이션에 가려져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태권브이 시리즈는 침몰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간혹 들려오는 주제곡은 당시 태권브이를 감상했던 지금은 다 자란 어른들에게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태권브이는 디지털 복원과 함께 다시 살아난 것일까? 아니면 추억 속에서 억지로 끄집어내진 것일까?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중인 만화 "브이"의 지속적인 인기와 함께 새로 제작될 태권브이 극장판의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니 그 결과는 곧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7~80년대 소년, 소녀들의 꿈, 태권브이의 부활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필름의 보관상 문제로 완전한 필름의 발견이 이루어지는데도 오랜 세월이 걸리고 말았다. 조각난 필름의 발견과 함께, 해외에서 발견된 필름과 비디오테잎으로 남아있던 영상을 조합해 완성한 태권브이 DVD가 발매되기도 했으나, 화질과 음향이 형편없는 조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온전한 필름이 발견되었다. 물론 보관 상태가 좋지 못했기에 온전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복구 작업이 필요했다. 디지털 복원을 통해 깨끗한 상태의 완전한 상영본이 완성되어지는데 새로운 극장용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할 만큼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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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복원은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한 후 전체 분량인 10만8천852프레임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긁혀진 자국과 얼룩을 지우고 색을 보정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사운드의 경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당시의 녹음 기술을 감안해서 재녹음을 실시했다. 결국 약 10억 원이 넘는 예산과 함께 연간 약 5천명의 인원이 참여해 2년 동안의 작업을 통해 복원판이 완성됐다. 이 복원판은 2006년 8월 11일 개봉되었다가, 2007년 1월 18일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다시 개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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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와 함께 태권브이를 공동 개발하던 카프 박사는 뛰어난 두뇌에도 불구하고 못생긴 외모로 인해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만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증오는 그에게 붉은 제국을 건설해서 세상에 복수를 결심하도록 만든다. 붉은 제국을 완성한 카프 박사는 로봇을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말콤으로 위장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지구를 정복하려는 그의 계획은 번번이 훈이가 탑승한 태권브이에 의해 좌절된다. 결국 영희의 아버지인 윤박사까지 납치하지만 메리가 윤박사를 탈출시킨다. 붉은 제국의 사령부까지 태권브이가 밀고 들어오자 직접 용가리 로봇을 타고 격투기 로봇들과 함께 태권브이에 맞서는 카프는 과연 세계정복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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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영상은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데, 색상의 느낌도 자연스럽고, 화면의 필름 긁힘이나 노이즈 등도 많이 감소된 편이다. 하지만, 간혹 드러나는 얼룩과 긁힘의 잔영은 흘러간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월트디즈니에서 복원된 고전 애니메이션 영상의 완벽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교적 깨끗하게 복원된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사운드의 소실된 부분과 복원할 수 없는 부분을 끼워 맞출 수 없어 새로 녹음된 더빙은 흘러간 영상과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 같지만 웬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진다. 일부분의 소리가 잘 안 들리긴 해도 원래의 더빙이 영상과 더욱 잘 어우러지고, 태권브이를 제대로 감상하는 느낌이 드는 건 그저 기분 탓일까? (2007년 5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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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브이"의 제원

전고 : 56m (마징가 보다 두 배 이상 크다. ㅎㅎ)
중량 : 1400톤
파워 : 895만Kw
속도 : 보행 20~30km/h
주행 : 300km/h
비행 : 마하1.2
탑승 인원 : 2명
특징 : 태권 무술 로봇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로보트태권브이가 문근영, 김태희 등이 소속된 나무엑터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는데, 그럼 계약당사자는 "(주)로보트태권브이"인가? 캐릭터가 무슨 사람도 아니고 좀 묘한 기분이다.

전속계약 기념으로 로보트 태권브이 30주년 생일 잔치가 열린 2007년 7월 24일 오후 예술의 전당에서 산업자원부 이재훈 산업정책본부장이 (주)로보트태권브이 신철대표에게 로보트 태권브이의 대한민국 제1호 로봇등록증을 수여했다.
(의미가 있다면 있을 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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