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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픽사 단편 모음집 -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발전사가 한 자리에

by kaonic 2007.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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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킨 <토이 스토리>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단한 호평을 받은 픽사의 단편 모음집 출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를 통해 픽사는 물론 컴퓨터 애니메이션계의 전반적인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1979년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사업부는 <스타트랙2>와 <피라미드의 공포>등의 컴퓨터 그래픽을 제작해 새로운 기술을 통한 영화제작의 가능성을 열었다. 1984년에는 세계 최초로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유머가 담긴 실험적인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인 <안드레와 월리 꿀벌의 모험>을 제작했다.

1980년대의 컴퓨터 그래픽은 프로그램을 통한 제한적 구현으로 단순한 움직임과 기술적 효과를 보여주는데 그쳤기에 이 작품은 매우 혁명적인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이후 1986년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픽사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에 픽사는 정부와 의료기관에 고성능 그래픽 컴퓨터인 픽사 이미지 컴퓨터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주력했었다. 하드웨어의 판매가 부진하자 이를 홍보하기 위해 1986년 존 라세터를 필두로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 학회인 시그라프에 발표되어 큰 찬사를 얻었다. 이후에도 하드웨어 판매 영업이 부진하자 존 라세터가 이끄는 애니메이션 부서가 컴퓨터 애니메이션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매년 새로운 단편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함으로써 테크닉과 스토리텔링의 향상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그 빛을 보게 된다. 1988년에 미완성인 채로 시그라프에 발표한 <틴 토이>는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얻었다. 그리고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픽사의 가능성을 알아본 디즈니는 픽사에 3D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제안했다. 드디어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의 PDA, 심지어는 MP3 플레이어보다 못한 연산속도를 가진 1980년대의 컴퓨터 시스템으로 매년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도전 정신이 그 유명한 <토이 스토리>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렇기에 <토이 스토리>의 이후, 지속적으로 극장용 작품을 제작하는 중에도 픽사는 그들의 기술을 비롯해 재미있는 연출기법을 연마하기 위한 실험적 장(場)으로서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역시 꾸준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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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단편 모음집 Pixar Short Films Collection - Volume 1>은 1984년에 제작된 <안드레와 월리 꿀벌의 모험>을 비롯해 가장 최근인 2007년에 발표한 <리프티드>까지 총 13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어, 픽사의 흐름을 면면히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 단편에서는 무한한 상상력과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재기발랄한 픽사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