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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종족을 초월한 사랑 - 폭풍우 치는 밤에

by kaonic 2007.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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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는 기무라 유이치의 그림동화 <가브와 메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그림동화는 일본 아동 문학계의 베스트셀러였다.

1994년 1권 <폭풍우 치는 밤에>가 출간되고 완결될 때까지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공공기관에 비치됐으며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에서 흔히 동물을 통해 표현되는 우화는 매우 교훈적이고 감동적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며 깊은 고뇌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 하나의 갈등과 역경, 그리고 해소가 있을 뿐이다.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와일드>에서는 동물원에서 자라난 사자가 야생에 나가 본능에 잠시 유혹당하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 속에 동물적 본능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고뇌하는 존재는 없었다. 그들은 다만, 동물로써의 표현보다 우화적으로 캐릭터를 대치해 놓은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기존 애니메이션은 약육강식을 바탕으로 한 자연의 법칙을 모르는 선한 맹수와 겁을 모르는 초식동물들의 놀이 마당이었을 뿐이다.

<폭풍우 치는 밤에>는 기존의 법칙을 깨트리고 관객을 다른 세상으로 몰고 간다. 시작부터 잡아먹히는 염소의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약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먹고 먹히는 잔혹한 동물의 세계를 보여준 것이다. 냉혹한 자연의 법칙 속에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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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를 피해 오두막에서 쉬던 염소 메이는 발을 삐었다며 오두막에 들어오는 늑대 가브를 만나게 된다. 어두운 밤이고 동시에 걸린 코감기 때문에 냄새를 맡지 못해 서로를 알 수 있는 건 들려오는 목소리 밖에 없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가운데 오두막의 암흑 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둘은 서로의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음날 오두막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다음날 친구를 만날 설레임에 부푼 늑대 가브는 약속장소에서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만든 우정의 암호인 ‘폭풍우 치는 밤에’를 외친다. 그러자 환한 얼굴로 나타난 것은 같은 종족이 아닌 염소 메이였다.

둘은 서로의 정체를 알고 경악하지만, 먹이사슬의 본능을 뛰어넘어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과연 이들의 우정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