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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

꿈에 관한 것 같지 않아도, 꿈에 대한 이야기

by kaonic 2007. 3. 28.
"꿈을 꾸지 않으면 안돼." 언젠가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른바 세상을 바라볼 수가 없다는 거였다. 어떻게든 현실과 불리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듯이 그렇게 꿈을 꾸며 살아가는 녀석이였다. 하지만 그의 꿈꾸는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샌가 녀석은 꿈이란 것을 전혀 꾸지 않는다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드러누워버려 몇시간이고 잠에 빠지길 기다렸지만 잠에 빠져버리는 경우에라도 마치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듯이 그렇게 암흑만이 찾아온다고 했다. 녀석은 나름대로 상상력의 결여라고 결론지어버리고 그런 노력을 포기해 버렸다. 그 이후 녀석은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화해 갔다. 예전부터 알아오던 모습이 아닌 계획과 설정으로 획일된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있는 것 같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변화가 없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적도 없으며, 현실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주저한 적도 없다. 요컨데 별 생각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녀석을 가끔 보면 편안해 보인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망설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적응해가는 것 같아 보인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녀석은 저 멀리에서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녀석이 부러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변화없는 자신에 대해 후회한 적도 없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가끔 녀석은 "어떤 꿈을 꾸었었는지 잃어버렸어..." 라며 잠시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렇지만 잘 나가고 있잖은가. 그걸로 된거다. 얻어지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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