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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꿈속에서의 전투

by kaonic 2007.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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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성운에서 온 블라브라인의 우주선과 조우했을 때, 지구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길 봐!"라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블라브라인의 마음에 들지 않아 전쟁이 일어나고 결국 행성 폭파무기에 의해 지구가 아작나서 뽀개지고, 겨우 탈출한 소수의 지구인들이 캔타우리성운에서 박애정신이 가득한 프르릅인에게 구조되어 구조선에 실려 하염없는 방랑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그런 전투는 아니지만... 꿈속에서 작은 싸움이 일어났다. - 싸움과 전투의 다른점은 명분이나 규모의 문제일까? 사실 전쟁에서의 명분이라는 것도 허무하기 그지없다. 사람이 죽고사는 것은 작고 하찮은 싸움에서도 일어난다. 물론 전쟁에서 더욱 많은 사상자가 생기지만, 요컨데 규모의 문제다. -

그저 난데 없이 조그맣다고 할 수 있는 별 볼일 없는 시비에서 일어난 하찮은 싸움이였다.

마치 강의실처럼 되어 있던 어두운 공간에는 환등기가 돌아가며 철컥. 철컥. 누군가가 앞에서 막대기를 들고 뭐라고 떠들고 있던 찰라 무지막지하게 생겨먹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꿈속에서 뭐라고 불렀더라...) 녀석의 알 수 없는 도발에 의해 말다툼이 벌어지고, 결국 뚜껑이 열린 나는 그녀석을 냅다 갈기고 쓰러지자마자 뛰쳐나왔다. 일단 녀석은 무지막지하다. 한방이라도 맞으면 반죽음이다. 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방 먹였으니 튄 것이다.

계단을 뛰어 내리고, 녀석을 따돌렸겠군. 싶었을 즈음. 가방이 생각났다. 전화기가 들어있고, 마침 재밋게 읽고 있던 소설이 들어있었으며, 지갑도 그 안에 들어있다. 결국 가방을 찾기위해 그녀석을 피해 다시 강의실 비슷한 곳으로 들어갔다. 가방은 없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때마침 그녀석이 다시 올라오는 기척. 문가에 숨었다가 녀석이 나타난 순간 가방을 잃어버린 분노를 표출하며 제대로 한방 더 먹이고, 다시 회피기동을 시작했다.

어느 순간 계단의 끝까지 내려왔을 때 또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누군지 모르지만, 나는 그에게 형이란 호칭을 쓰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누군가와의 약속이 생각나 그의 전화기를 빌려 문자를 보내려 했다. 이상한 시스템의 문자판. 어울림이라고 해야 하나. 소리나는대로 적는 방식의 기억조차 나지 않는 대략 괴이한 방식이였다. 어쨌든 꿈속의 그는 어울림이라고 했다. 소리가 울리는대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표준어로 변환된다 하였다. 대체 무슨 그따위가 다 있는가 싶은 생각을 하며, 말도 안되게 불편한 입력을 마치는 순간. 꿈이라는 비현실적 사실에 처해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전화기의 화면엔 블루스크린이 빛나며 하얀 글자의 오류메시지가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라디오시계의 수다스럽고 요란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하며, 온통 하얀 색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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