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

동의할 수 없는 SK의 최근 이미지 광고

by kaonic 2007. 10. 8.

커피를 줄였습니다.

방글라데시의 한 소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고 싶은 옷을 사지 않았습니다.
몽골의 한 아이가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빌려서 봤습니다.
베트남의 한 소년이 도서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조금 움직였지만, 행복은 커다랗게 자랐습니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커피를 줄여서 방글라데시의 한 소녀가 학교에 다니게 된 건 매우 좋은 일이다. 사실 요즘은 유행이다 뭐다 해서 커피는 음료가 아닌 문화가 돼버렸다. 덕분에 요즘 커피 값이 어디 커피 값인가. 커피 좀 줄이면 분명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해외 봉사지원이 많다지만, 선진국도 아니고 이제 후진국에서 겨우 벗어난 나라가 방글라데시까지 도와줄 여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옷을 안 사입고 몽골에 사는 아이의 건강을 되찾아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국에도 분명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을텐데 울타리 안쪽은 안 보고 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건가. 말만 번지르르하군.

또하나 동의 할 수 없는 것은 읽고 싶은 책을 빌려봄으로써 베트남의 한 소년이 도서관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

책을 보지 말라는거야? 뭐야? 뭐? 뭐? 뭐?

베트남에 도서관? 좋다 이거야.

하지만,

안그래도 출판시장이 침체되어 보고 싶은 책도 잘 안나오고, 이미지를 팔기 위해 과대포장된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판국에 이런 가당찮은 소릴 하다니, 극단적으로 모두 빌려보는 세상이 와서 출판시장이 무너져(이럴 일은 없겠지만, 아니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책이 안 나오면 우린 뭘 보라고? 원서를 보기 위해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하니? 그런거니? 국내 작가들은 뭘 먹고 살란거니? 어쩌란거니?

SK의 주력 사업을 살펴보면, 커피도 없고, 옷도 없고, 책도 없다. 물론 일부 관련이 있는 부분과 숨은 계열이 확실히 존재하지만, SK라는 이름이 붙은 주력사업만 보면, 가장 돈되는 곳이 SK텔레콤과 SK에너지다. 그러고보면, SK에서 광고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동통신이나 휘발유는 펑펑 써도 좋지만, 책은 빌려보고, 옷은 사입지 말고, 커피는 마시지 말라는 거 아닌가?

매달 나가는 통신비를 줄이고, 자가용을 적게 몰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면, 커피를 줄이는 것 보다, 옷을 조금 적게 사 입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텐데? 에효.

"이동통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독거노인에게 보일러를 놓아드리고, 의료 서비스를 지원했습니다." 차라리 이런 문장이였음 골백번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요즘같이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아예 안 쓸 순 없지만... 에효. 답답해라.

마찬가지로 기름 값을 줄이면 더욱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말이 안되는 얘기겠지만, 고가의 아파트를 살 돈으로 저렴한 다세대에 살면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뭘 줄이자고 하기 전에 생각좀 제대로 하고, 잡고 있는 돈 줄에서 뽑아낸 돈으로 헛짓 거리나 하지 말아라. 통신비와 기름값 줄이면 우린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구~ 전자파 걱정도 줄이고, 환경오염도 좀 줄일 수 있을테지. 일석이조 아닌감?

어쨌든 하고픈 말은 커피 값을 줄이는 것도, 옷 값을 줄이는 것도, 누군가에겐 매우 힘든 일이 듯 내겐 책 값을 줄이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다.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다 이런 말을 하는건지 원... 그냥 주절거리니 뭔 말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구려. 뭔 말인지 알지? 응? 뭔 말인지 알지?

Daum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