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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10

차원위상이동에 관한 헛소리 "그러니까 차원을 이동할 수는 없는 일이야. 지금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3차원 공간 자체도, 사실 4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물체를 구성하여 하나의 사물로써 인지할 수 있는 3차원의 공간과 함께 지속해서 흐르는 시간 축이 조합되어 4차원을 이루는 셈이지. 허나 어찌된 일인지. 4차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상한 상상만 하곤 해. 시간 축이 있어서 시공을 초월한다나. 그럴리가 없잖아. 사실 2차원이 겹쳐서 3차원을 이룬다는 단순한 사실을 살펴보면, 3차원이 겹쳐서 4차원을 이루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엔트로피의 부분적 해체로 볼 수 있는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3차원이 바로 4차원인 것이지. 그 변화가 바로 시간 축인거야.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2007. 4. 9.
눈을 가지기 위해서 그녀는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서. 아니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의 눈을 후벼팠다. 눈이 있던 자리의 텅빈 공간에서 노려보듯 빨간 액체가 솟구쳤다. 감각이 차단된 그는 꿈쩍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아직 파이지 않은 눈이 천정의 형광등 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다. 의식없는 눈의 동공은 활짝 열려 있었다. 들고 있던 눈알에 이어진 신경과 근육다발이 하늘거리며 흔들린다. 핏방울이 시트로 떨어지며, 빨갛게 퍼져 나간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눈알을 들여다 보았다. 반쯤 충혈된데다가 뽑아낼 때 묻은 피로 얼룩져 있는 그의 눈은 생각보다 크고, 징그러워보였다. 상상하던 동그란 구슬모양이 아니였기에 약간 실망했다. 크게 한숨을 쉬고 미리 준비해둔 생리식염수를 뿌려 눈알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 냈다. 그.. 2007. 4. 3.
어색해 어색해 죽겠네. 대체 뭐가 잘못된거지? 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핑크빛 곰 아가씨가 앉아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 어색한데요?" 아. 들렸나보다. 최근들어 머릿속의 생각이 가끔 입 밖으로 튀어나와 멀리 퍼져가는 신기한 병에 걸려버렸다. 상당히 골치아픈 병이다. 착한척 할 수도, 악한척 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꾸밀수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버려야 하는 것인가보다. 그래선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포자기?" 핑크빛 곰 아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아니야. 자포자기라니 잘못 들었겠지. 그런데 왜그리 불편한 표정이지?" "어색하다면서요? 아무래도 내가 앞에 앉아있어서 어색한가 싶어서요." 핑크빛 곰 아가씨가 미간을 쌀짝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2007. 3. 30.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들판을 가로지르는 냇가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두리번 거렸으나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몇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자 뒷목이 뻐근한 느낌에 목을 돌리다가 그 녀석을 발견했다. 녀석은 돌이였다. 특별한 모양을 가진것도 아닌 냇가라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있는 그런 것이였다. 그 돌이 자신을 던져달라는 듯한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무엇엔가 홀린듯 그 돌을 집어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매끄러운 것이 아마도 냇가에서 물살에 휩쓸려가며 닳고 닳은 그런 평범한 타원형의 약간 일그러진 돌이였다. 물론 그 녀석이 어떤 종류이며 정확히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던 녀석이란 건 정확히 모른다. 지리학자도 아니며 돌이.. 2007.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