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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173

아무리 거칠어도... 겉이 아무리 거칠어도 속은 연약하다. 누구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거친 행동으로 마음의 부드러움을 감춘다. 딱딱한 행동으로 마음의 약함을 감춘다. 무관심한 행동으로 마음의 상처을 감춘다. 그렇게 껍질을 두르고 살아가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복잡한 심미회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회로를 작동시키며 살아간다. 의식이 생성되고, 자아가 성립되며, 타인을 인식하는 순간 보호회로가 작동되는 것이다.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 그렇게 벽을 쌓아놓고, 그 벽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사고회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영원히 이해를 갈구할 수 밖에 없다. 이해를 갈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의식과 자아가 생성된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살아가도록 짊어지.. 2007. 3. 27.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고추장 주물럭과 공기밥을 시켰다. H씨가 소주를 한 병 시켰다. 그다지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되었기에 별 부담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주물럭과 함께 밥을 먹었다. 한 병이 금새 비워지고, 두 병째가 되어버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에 두 병째도 나누어 먹었다. 그러나 오산이였다. 할 일은 넘쳐나는데 정신은 왜곡되어가고 있다. 흐릿해지는 시선으로 일을 하기란 참으로 난감하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난데 없는 재치기에 죽을 맛이고, 한쪽 코가 막혀서 찐득하다. 맑은 콧물까지 흘러내린다.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서서히 의욕이 사라져감을 느끼면서, 후회가 밀려온다. 어께를 한번 으쓱하고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라고 자신에게 이야기 해 보았지만, 때늦은 지난 후회까지 밀려온다. 너무 성급하게 소.. 2007. 3. 27.
빗길을 걸으며 세상을 바라보면 빗길을 걸으며 세상을 바라보면 반 투명한 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관조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에 빗속의 나는 아무런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고, 빗소리에 동화되어 버린다고 생각된다. 비가 그치면 내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단지 생각일 뿐 정말로 동화되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가끔, 그렇게 흐트러져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건 두려움과 가깝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건 죽어버리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욱 두렵게 생각 되어지는 것이다.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두려움 같은건 상당히 모순적이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가끔 빗길을 걸으며 눈을 감.. 2007. 3. 27.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숫자라는 개념은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독특하게 발달시킨 개념(인간이 발달시킨 개념이 어디 한두개로 그치겠냐 마는...)으로서 지극히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하나의 법칙으로써 존재하고 있다. 어느사이엔가 하나둘 숫자를 세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막역한 천공의 움직임과 조각들을 바라보던 어느 순간, 인간은 시간을 만들어 내고 숫자를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얽매여 숫자를 세며 살아가고 있다. X년 X월 X일 XX시 XX분 주민등록번호 XXXXXX-XXXXXXX 우편번호 XXX-XXX 어쩌시 어쩌구 어쩌동 XXX번지 전화번호 XXX-XXX-XXXX 회원번호 XXXXXXXX 신용카드 XXXX-XXXX-XXXX-XXXX 통장번호 XXXX-XX-XXXX-XXX 그리고 무수한 숫자들... 지금 .. 2007.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