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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신고서 백수가 되었다. 얼마만의 일인지 가물가물해서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백수였던 적이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삼십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백수가 되었다. 한 없이 망설이던 시간 속에서 그렇게나 속상해하며 고민했던 결단이다. 서운하고 아쉬워서 서럽게 흐느낄 것 같아 두려웠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앞으로 얼마나 백수로 지내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대로 영영 취업전선에서 동떨어져 빌어먹고 살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토록 괴로워하며 몸 상해가며 노력한 모든 것들이 허무하다. 결국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기댈 곳도 비빌 언덕도 없는 존재가 한 없이 가여울 따름이다. 스스로에 대.. 2008. 5. 30.
정신없는 나날 거칠게 몰아치는 나날 속에서 한 번 쯤 여유를 가져보려 했지만,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지라, 생각만으로 그친 기간을 지나며, 무 계획 속에 휩쓸리는 상황에 짜증난 그녀와 한 번 싸워주시고, 하고자 했던 일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 입을 막는 거미줄을 치우는 생을 살아가는 나날. 하나의 짧은 터널이 끝나가려하는 와중 또 다른 어두움의 재앙이 다가오는 시점.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세월을 깨작깨작 베어 먹으며 인생을 허비하는 삶. 그런 삶에 대한 불만으로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한 체념의 미학을 가꾸어보지만, 여지없이 깨어지는 하찮은 철학들. 그 속에서 어떻게 해도 바쁘다면 자리를 지키며 게으름이라도 부려보자는 헛된 망상. 이런 전차로 우울증에 한번 빠져볼까. 라는 생각이 들면, 나의 우울한 글을 읽고 마이너.. 2008. 4. 30.
한 겨울, 길바닥에 누군가 쓰러져 있어도 관심없는 사람들 간만에 이른 퇴근을 하고, 여친님과 대학로에서 소주 몇 잔에 곱창구이를 먹고, 따뜻한 차도 한 잔 마시고,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가는 길. 따뜻하고도 좋은 기분에 마음까지 녹아서 한 없이 관대한 상태. 지하철에서 내리고 역을 나서 조금 걷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 했다. 잠시 멈칫하며 오만 생각이 스쳐지나가는데 마침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누군가 조치를 취하겠거니 싶은 마음과 응급구조대에 신고를 해야 하나,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머뭇거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스윽 다가오는 이가 있었으니, 이른바 과거에는 "도를 아십니까?"로 유명했던, 이제는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족이 붙어버렸다.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고 공부를 하고 있으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2008. 2. 19.
여행, 그 트렌드 한 동안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한 동안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고, 지쳐가는 정신을 달래주려, 분위기 괜찮은 곳에서 겨울 바다를 보며 유유자적하자던 그녀의 바램은 커다란 벽에 부딛혔다. 작금의 트렌드 시대에 있어서 여행이란 여유자금이 아무리 많이 있다고 해도, 가볍게 훌쩍 떠나서 괜찮은 호텔 같은 곳에 하루 쯤 묵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간만에 떠나는 짧은 기분전환 여행에서 저렴한 모텔이나 여관에서 묵기엔 아쉽다. 괜찮은 장소는 이미 한 두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하니, 그녀의 말마따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하루 콧바람 쐬기 정말 힘들다. 이래저래 계산해보니, 여유로운 여행을 하려면 간단한 해외여행 정도에 견줄 만큼의 예산이 필요한 현실. 일본을 지.. 2008.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