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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16

어색해 어색해 죽겠네. 대체 뭐가 잘못된거지? 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핑크빛 곰 아가씨가 앉아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 어색한데요?" 아. 들렸나보다. 최근들어 머릿속의 생각이 가끔 입 밖으로 튀어나와 멀리 퍼져가는 신기한 병에 걸려버렸다. 상당히 골치아픈 병이다. 착한척 할 수도, 악한척 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꾸밀수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버려야 하는 것인가보다. 그래선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포자기?" 핑크빛 곰 아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아니야. 자포자기라니 잘못 들었겠지. 그런데 왜그리 불편한 표정이지?" "어색하다면서요? 아무래도 내가 앞에 앉아있어서 어색한가 싶어서요." 핑크빛 곰 아가씨가 미간을 쌀짝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2007. 3. 30.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들판을 가로지르는 냇가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두리번 거렸으나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몇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자 뒷목이 뻐근한 느낌에 목을 돌리다가 그 녀석을 발견했다. 녀석은 돌이였다. 특별한 모양을 가진것도 아닌 냇가라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있는 그런 것이였다. 그 돌이 자신을 던져달라는 듯한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무엇엔가 홀린듯 그 돌을 집어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매끄러운 것이 아마도 냇가에서 물살에 휩쓸려가며 닳고 닳은 그런 평범한 타원형의 약간 일그러진 돌이였다. 물론 그 녀석이 어떤 종류이며 정확히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던 녀석이란 건 정확히 모른다. 지리학자도 아니며 돌이.. 2007. 3. 30.
변명 언제나 변명은 "그러니까" 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꼭 이 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느새 그것은 발바닥에 붙어있는 굳은 살 만큼이나 단단히 붙어버렸다. 지금, 빠알간 토끼 아가씨 앞에서 변명을 시작하려는 이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새하얗게 변질되어 떠도는 반점하나 없이 깔끔하게 흰빛으로 가득차 버렸다. 뒷 말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입에서는 벌써 "그러니까..."라고 튀어나오고 있었다. 주워담으려 허공에 손짓을 해볼 틈도 없었다. 소리의 파동은 언제나 행동반응보다 앞서있다. 주워담으려 아무리 휘저어 봤자 파동을 왜곡시킬 뿐, 침잠시킬 수는 없다. 왜곡된 파동은 오히려 오해를 만들어 강력한 역파장으로 돌아오고 만다. 손짓은 무의미할 뿐이다. 빠알간 토끼 아가씨의 큰 눈은 더욱 빨개져서 나를.. 2007. 3. 30.
어슴퓌레와 페이소스에 대한 농담 일각수(기린, 봉황, 거북, 말 등의 형태가 있는데 이중 일각거북을 최고로 친다. 여기서 일각고래는 제외된다.)와 키르케(이 재료를 꼭 써야 함으로써 어슴 퓌레를 만들 수 있는 자는 귀머거리에 한정된다.)를 재료로 만든 약간 흐릿한 퓌레를 가르켜 어슴퓌레 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비밀리에 전해져 옴으로써 언어의 변형이 생겨 어슴푸레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현대에 와서는 어슴푸레라는 단어가 정착되어 흐릿한 퓌레를 가리키듯이 기억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고 몹시 흐리마리한 모양을 가리키는 단어로써 사용되어지기도 한다. 이 퓌레를 농축해서 만든 것을 일각 페이스트소스라고 부르는데, 페이스트소스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조건에 해당할 경우 축약해서 페이소스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페이소스는 그리스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기.. 2007.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