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173

가라앉는 모든 것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써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다짐한지 두달 째, 오히려 이전 보다 글을 쓰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딱히 무얼 써야 할까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라기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게 지내기 때문이리라. 꿈에서 다른 세상을 쓰고, 현실에서 다른 세상을 쓰고 남는 것은 허무함이랄까. 어째 이상한 표현이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벽을 타고 들어오는 물기와 함께 그렇게 멍한 장마가 지도에 존재하는 곳에서 숫자로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해보다 더 심한 상처를 안겨주고 이제 할 일은 끝났다는 듯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 했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지만 비는 그쳤고, 나름 한 여름의 냄새가 조금씩 풍기기 시작하고 있으니, 곧 뜨거운 태양과 함.. 2007. 4. 5.
메일 혹은 쪽지로 오는 행운? 혹은 저주? 이상한 행운 혹은 저주의 쪽지, 메일 등이 많아졌다. 그런 의미로써 미신적인 저주/행운의 덧글도 늘어난 요즘.이 행운 혹은 저주 쪽지에 갑자기 짜증이 치솟아서 " 아래와 같은 글을 읽고 시키는 대로 많은 이들에게 똑같은 쪽지나 덧글, 메일 등을 보내는 사람은 다른 이의 마음을 괴롭힌 댓가로 저주받아 주변 사람이 전부 비참하게 죽고 자신도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설령 그것이 단 1번 뿐이라 하여도!!" 라고 보내온 이에게 저주를 퍼부어 주었다.왜 인고 하니, 시키는 대로 안하면 무조건 저주받아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고, 시키는 대로 해도 별로 좋은 일은 안 생기지만, 열성적으로 따라하면 축복 받는 다는 점이 마음에 안들어서다. 거기에 마지막의 위선적인 미안하다는 말이 정말로 짜증이 난 때문이.. 2007. 4. 5.
달마도, 그 허상 달마도는 스님들이 구도를 하거나 예술혼을 키우기 위해 그리는 수행화 비슷한 개념을 가진 것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달마도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강한 기(氣,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그림을 소장한 사람에게 행운을 주고 액운은 쫓는다고 하며, 최근에는 달마도가 나쁜 기운이 나오는 수맥을 차단해 병을 막고 치료까지 한다고 해서 부적(符籍) 노릇까지 하고 있다. 수험생용 달마도, 수맥 차단용 달마도, 취직기원 달마도 등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 도자기, 쟁반, 액세서리, 열쇠고리, 휴대전화 고리, 책갈피, 벼루 등 달마가 그려진 공예품과 생활용품들을 웬만한 기념품 가게나 악세사리 가게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제품설명으로 ‘행운’ ‘액운을 쫓는’ ‘수맥 차.. 2007. 4. 5.
최근 친절한 분들을 자주 만나니 기분이 좋다 일요일 오후, 아버지께서 칼국수를 만든다고 하시며 바지락을 구해오셨다. 해감을 시키면서 면은 만들기 귀찮으니 사다가 먹자고 하시길래 내가 사러 가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지난주에는 아버지께서 냉면을 만드셨다. 요즘 요리에 취미가 붙으신 걸까. 어쨌든. 아직도 활발한 우리동네 재래시장의 오래된 분식재료상에 찾아갔다. 뭔가 알 수 없는 식재료의 상자들 틈에 작은 구들이 있고 그 위에 나이에 걸맞게 적당히 살집이 오른 인상 좋은 할머니가 앉아서 TV를 보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말리지 않은 칼국수 면 있어요?" "아예. 어서오세요. 잠시만요." 친절한 표정을 한채로 할머니는 비좁은 가게의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 어디선가 차갑게 냉장된 칼국수 면을 들고 나왔다. 눈가의 주름이 웃는 모양 그대로 겹쳐있어 보기 좋았.. 2007.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