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01 초록빛과 빨간 여인들 "그러니까 초록빛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 거예요?" "글쎄... 잘 모르겠는걸. 초록빛은 초록빛일 뿐이잖아. 라고 말하면 바보같은가?" 한여름의 햇살이 강렬했던 오후 푸른 나뭇잎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밝은 빛이 흘러들어오는 창을 보니 실내는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턱을 괴고, 조금쯤 우울한 표정이 지으며, 차수저를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고 있었다. "에어컨이 너무 세네요." "응. 좀 춥네." 빠알간 토끼아가씨의 뒷쪽을 바라보니 멍한 그림자들이 서성이고 있다가 이내 흐트러져 갔다. 빨간 여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알 수 없는 리듬에 맞춰 흔들거리며 그림자들을 흐트린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얼그레이는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대화도 안되는군요." "그런가..." "네. 평상시 같.. 2007. 3. 29. 무엇을 노래하나...... 마로니에 공원 한 켠에 앉아 단 한명의 관객도 없이 홀로 노래하는 그는 무얼 바라보고 있었을까? 2007. 3. 29. 세상은 그렇게 어렵지도, 쉽지도...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가중되지만, 모두가 다르게 느낀다. 그런걸까...... 2007. 3. 29. 날마다 인천으로 간다. 인천으로 가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언제나 무작위적으로 사람들을 붙잡고 말합니다. "인천엘 가려는데 돈이 없어서 좀 보태줘!" 내민 손바닥엔 얇아진 피부 사이로 혈관이 무수합니다. 굳은살 같은건 전혀 없습니다. 언제나 당당합니다. 하지만 인천엔 지하철 타고 가도 되는걸.... 게다가, 할아버지는 공짜라구요. 정말 중요한건 이 할아버지는 인천에 간다면서 어떻게 매일 양재역에 나타나는 걸까요? 처음, 모르고 이렇게 말했었던게 생각났습니다. "할아버지, 매표소에 가셔서 그냥 표 달라구 해서 지하철 타고 가세요." 그렇게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 밝은 햇살 아래로 나서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구걸이였구나... 할아버지는 속으로 이렇게 투덜거렸을게 분명합니다. "아니 그걸 누가 몰라? 벌써 천번도 넘게 들었다구!.. 2007. 3. 29. 이전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