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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31

영화 "어셔 가의 몰락"과 "에드거 앨런 포" 어셔 가의 몰락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로저 코먼 감독, 빈센트 프라이스 출연 / 1960년 에드거 앨런 포의 을 알고 있다면, 분명 포 특유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갱, SF, 공포, 소프트 포르노 등의 온갖 장르를 섭렵한 저예산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과 만나고 나니 도무지 포의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무려 35만 달러라는 거금이 쓰여 졌으며, 촬영기간도 이전 영화들에 비하면 두 배 가량이 길어진 15일이나 걸렸다. 어쨌든 은 그가 만든 최초의 대작 영화인 셈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포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마치 고딕에 멜로를 혼합한 느낌이다. 코먼의 독특한 분위기라고 생각.. 2007. 4. 4.
눈을 가지기 위해서 그녀는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서. 아니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의 눈을 후벼팠다. 눈이 있던 자리의 텅빈 공간에서 노려보듯 빨간 액체가 솟구쳤다. 감각이 차단된 그는 꿈쩍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아직 파이지 않은 눈이 천정의 형광등 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다. 의식없는 눈의 동공은 활짝 열려 있었다. 들고 있던 눈알에 이어진 신경과 근육다발이 하늘거리며 흔들린다. 핏방울이 시트로 떨어지며, 빨갛게 퍼져 나간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눈알을 들여다 보았다. 반쯤 충혈된데다가 뽑아낼 때 묻은 피로 얼룩져 있는 그의 눈은 생각보다 크고, 징그러워보였다. 상상하던 동그란 구슬모양이 아니였기에 약간 실망했다. 크게 한숨을 쉬고 미리 준비해둔 생리식염수를 뿌려 눈알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 냈다. 그.. 2007. 4. 3.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며,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이 허무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하늘을 보고 있었다. 푸른 하늘 속에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그렇게 바라보다 멍해져버렸다. "이봐요."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들려오던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는 빠알간 토끼아가씨가 팔짱을 끼고 잔뜩 부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뭘 그리 생각해요?" "아... 글쎄. 뭘 생각하고 있었지?" "훗. 그걸 다시 되물으면 어쩌겠다는 거예요?" "모르겠군." 창을 등진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팔짱을 풀고, 턱을 괴며 웃음지었다. 창밖은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그 빛을 받아서인지 더욱 빨간 실루엣을.. 2007. 3. 28.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어째서일까?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나보다.(여기서의 남자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성이란 뜻은 아니다.) 그녀는 마치 여자들끼리 주고받을 이야기를 내게 하곤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즉각적인 반응에 곤란함을 겪는다. 그렇지만 그녀와 이야기 하는 것은 즐겁다고 볼 수 있다. 지루하지 않으며,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다지 짜증내는 기색이 없다. 그래선지 곤란한 이야기도 몇일 사이에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것만 같다. 이런 것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여자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한심한 생각을 해보았다. (여자란 남자에게 있어서 영원한 수수께끼인데 말이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서 남자란 존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서로 영원히 완벽하게 이해할 길이 없어보인다.) "라면이 너무 맛있.. 2007. 3. 27.